『패미컴 워즈』가 없었다면 SRPG는 탄생되지 못했다 - 전략 SLG의 대중화, RPG와의 융합을 통해 『파이어 엠블렘』을 탄생시킨 닌텐도의 공적 게임S/W관련

전략 SLG를 가로막은 「알기 쉬움」의 벽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나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등 현재 일본 게임시장에서 시뮬레이션 RPG(SRPG)는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SRPG의 공통요소인 「맵 상에 유닛을 배치하고 적 유닛을 전멸 또는 거점을 제압」하거나  「유닛이 성장하는 요소」의 시초가 『대전략』 시리즈였던 점,  『대전략』의 파생작품들이 「알기 쉬움」의 벽 때문에 주류가 되지 못했음은 이전 연재에서 밝힌 바 있다. 


 어떤 플랫폼에서 메이져였던 장르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했을 때 「알기 쉬움」의 벽에 부딪치는 현상은 게임계에서 여러 번 반복되었다. 

 일본의 경우, RPG에서는 『Ultima』나 『Wizardry』의 흐름을 잇는 『드퀘』  도 마찬가지였고 가장 오래된 게임장르라 할 수 있는 어드벤처에서는  『제절초』를 비롯한 사운드노벨이 등장함으로써 마침내 「알기 쉬움」의 벽을 넘어 메이저화를 성취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알기 쉬움」의 장벽으로 작용했을까? 바로  「하드웨어 특수성의 차이」──처리능력을 따지기 이전에 「화면 해상도와 보기 쉬움」이란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참신한 게임은 아케이드나 PC 등 표현능력이 풍부한 하드웨어에서  등장하기 쉽다. 프로 작가의 창조력을 수용하여 쉽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반 게이머가 보유한 가정용 하드웨어는 1~2만 엔, 비싸도 4~5만엔의 보급 가격 수준이다. 이걸로는 부품 레벨이나 성능도 낮게 잡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아케이드나 PC 게임을 패미컴으로 이식할 때 바로 깍이는 요소는 「화면해상도」였다(패미컴의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은 당시 놀라운 수준으로, 같은 시기의 가정용 하드웨어 중에서는 뛰어났지만 말이다). 「접속해서 표시하는 장치=브라운관인 TV모니터」라는 제약도 존재했다.  


 「화면해상도」가 낮아져도 주로 액션 게임 등 아케이드에서 유래한 게임은 이식하기 쉽다. 도트를 줄여서라도 중요한 「움직임」만 재현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RPG나 SLG 등 PC에서 유래한 게임은 어떨까? 
 예를들어 RPG의 경우 화면의 섬세함・넓이를 이용하여 던전/스테이터스/커맨드를 한 화면 내에 표시하는 작품이 있었고 SLG도 유닛의 성능(HP나 탄환, 공격력 등)이나 지형 효과 등 각종 파라미터를 주루룩나열하면서 유저에게 제시할 데이터(시스템의 주요 부분)가 화면 내외에 수십 개나 배치되곤 했다.  
 특히 SLG는 「보드게임이나 수동으로는 즐길 수 컴퓨터만의 즐거움」을 내세웠으므로 그야말로 「데이터와 싸우는 게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한 게임을 가정용 하드웨어로 이식하려면 해상도를 「데이터의 정보량」에 쏟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식하기 쉽지 않다. 

 PC에서 패미컴 등 가정용 하드웨어로 이식할 경우, 화면 구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상도만 낮출 경우 반드시 어딘가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전체 스케일이 큰 맵일 경우, TV에 나오는 화면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고 끝에서부터 끝까지 커서를 이동시킬 때 많은 시간이 걸리는 상황처럼 말이다.  
 게임 흐름이 나빠지고 전체 이미지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이것은 패미컴판 『대전략』에서 발생한 사태이다. 


 참고로 『대전략』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컨슈머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메가드라이브나 세가새턴 등 어느 정도 해상도를 갖춘 하드웨어의 등장을 기다려야 했다.  


PC 게임을 가정용 게임으로 편집한 『패미컴 워즈』

 「데이터와 싸우는 게임」인 SLG가 일본에서 가정용 하드웨어로 이동하여 SRPG라는 장르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이른바  「편집」이 필요했다. 

 하나는 「패미컴 등 가정용 하드웨어의 화면이 세밀한 데이터 표시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 또 한 가지는 「역사 SLG의 경우, 비교적 나이가 있고 정보 처리능력이 있는 게이머가 아닌, “데이터를 보는 방법이나 취급에 익숙하지 않은 ,아동을 포함한 사람들” 입장에서 데이터는 『성가신 것』, 『두려운 것』 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시된 것이 SLG의 데이터 그 자체나 배치를 정리하고 다루기 쉽도록 하는 적절한 UI(유저 인터페이스)였다.
 다양한 게임이 「히트했던 작품」의 UI를 모방하거나 또는 어레인지하면서 발전했던 과정은 본 연재에서도 다룬 바 있다. 
 딱히  「그렇게 만드는 것이 편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인기있는 게임의 UI는 유저의 수요에 대한 최적의 값」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한 SRPG의 기초 UI를 만든 게임 중 하나가 닌텐도의 『패미컴 워즈』였다. 


 패미컴판 『대전략』을 관찰한 후 『패미컴 워즈』 화면을 봤을 때의 첫느낌은 「정보밀도가 높다」는 점이다.

 상하로 2분할된 화면 중 윗 부분의 맵 화면에서 의미 없는 공백은 거의 없고 유닛이나 지형이 꽉 채워져 있다. 
 『대전략』이 7×5=35칸(지형)으로 구성된 데 비해 패미컴 워즈는  14×10=140칸. 대략 4배의 정보량을 갖고 있다. 

 두 게임 모두 아래 부분이 유닛 등의 정보와 커맨드 선택 메뉴를 표시하는 구성은 동일하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얼마나 쉽게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는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대전략』의 유닛은 「수송트럭(ユソウトラック)」이란 가타카나로 표기된 것에 비해서 『패미컴 워즈』는 수송장갑차 모양의 작은 캐릭터가 표시되어 있다. 이동량이나 잔여 연료 등 제원을 보더라도 「가타카나 표시와 캐릭터 표시」의 관계에는 변함이 없다. 

 얼핏 보면 컴퓨터 조작 UI에서의 「CUI와 GUI」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CUI에서는 글자(캐릭터)기반, 즉 키보드로 글자를 입력하면 그에 대한 글자가 출력된다.  GUI란 그래피컬 즉, 이미지를 이용한 직감적이고 알기 쉬운 조작이다. 딱히 어느쪽이 좋고 나쁜가는 가릴 수 없으나 기술적으로 시간 순서를 따진다면 「CUI보다 GUI 쪽이 새로운」 것이다. 

GUI의 최대 특징은 기능을 이미지화한 「아이콘」일 것이다. 
 과거에는 키보드로 글자를 입력하거나 또는 특정 키를 눌러서 호출해야 했던 기능이 마우스 등으로 아이콘을 클릭하기만 하면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지금의 Windows나 스마트폰 터치 조작도 GUI나 아이콘의 연장선상에 있다).

 물론 『대전략』에서도 아이콘을 채택한 부분이 있으나 대부분은 CUI이다.  『패미컴 워즈』가 발매된 1988년은 Macintosh가 처음으로 발매되된지 4년 후이며 Windows 3.0의 등장 보다는 2년 빠르다. Mac과 Windows 모두 GUI를 채택한 대표적인 규격이며 이제 막 「GUI」가 보급되기 시작했던 시절이다.  
 그렇다.  『패미컴 워즈』는 PC 문화의 첨단을 달렸던 것이다……

 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닌텐도나 개발사인 인텔리전트 시스템을 과대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대전략』이 CUI의 흔적을 남겼음은 사실이다. 원작 플랫폼인 PC의 세밀한 화면에서는 CUI를 활용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해상도가 훨씬 부족한 패미컴으로 글자를 길게 표시한다면 「화면 당 정보량이 적어질 뿐」이다. 

 8×8〜16×16도트 정도의 그림에 「기능」이나 「의미」를 상징하는 “아이콘”은 컴퓨터 게임에서는 예전부터 사용되었지만 아케이드나 가정용 게임기에서도 적극적으로 채택되었다. 그 이유는 「알기 쉽다는 점」과 「표시능력의 한계」때문일 것이다. 
 「PC와 글자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한 경험이 없는 게이머」를 상정한 업소용 게임・가정용 게임의 경우, “글자만”으로 표현할 경우엔 고객을 놓칠 위험이 있어서 “아이콘”이 널리 이용되었다.  

 또한 해상도가 제한된 가정용 하드웨어에서 작은 글자는 뭉개져서 보기 힘들고 또 크게 하면 짧은 글 밖에 쓸 수 없다. 
 く게다가 ROM 카트리지 등 데이터 총량의 제한이 심각하다……등의 사정으로 폰트 수를 줄이는 등의 연구를 했던 초대 『드퀘』의 사례도 있었다. 아이콘은 글자보다 정보를「압축」할 수 있는 것이다. 

 주인공이나 적 등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 그림(스프라이트)이 「기능」이나 「의미」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유용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드루아가의 탑』에서 최하부에 배치된 보물상자 아이템이나 『이시타의 부활』에서의 주문 아이콘은 상당히 빠른 시기의 예일 것이다. 둘 다엔도 마사노부 씨가 게임디자인을 담당했는데 「아이콘에 의한 UI」에 대한 공통된 의식을 갖고 있지는 않았을까 싶다.  



『젤다의 전설』 등에서 아이콘(폭탄이나 열쇠의 수 등)을 채택했던 닌텐도 역시 아케이드・가정용의 노하우를 계승해던 개발사 중 한 곳이다.  
 『패미컴 워즈』의 UI는 PC에서 태어난 전략 SLG를 가정용게임기의표현, 조작에 알맞게 잘 반영시킴으로써  「PC 게임과 가정용 게임의 융합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초대 『드퀘』와 마찬가지로 「편집」의 산물이었다 할 수 있다. 

 지형이나 유닛 모두 크기가 동일하고 유닛으로 가려지는 지형 종류는 화면 아래에 표시했다. 이러한 특수표시도 닌텐도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설사 다른 회사에서 생각했다 하더라도 실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매니악한 SLG를 「장기」로 표현한 점이 대단했다

 이러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출현한 것은 “참신한 화면”이라기 보다는 장기판과 비슷한 「눈에 익은 것」이었다. 
 반대로 말해서 
『패미컴 워즈』의 굉장한 점은 전혀 친숙하지 않은 존재인 전략 SLG를 「알기 어려움」의 벽을 넘어서 널리 보급된 대선배 게임인 「장기」로 만든 점이라 볼 수 있다. 

 본작은 유닛부터 승패의 판정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장기」 그 자체였다.  「전차A(センシャA)」「전차B(センシャB)」로 이름은 기호화되었고 전투에서도 난수 요소가 적어 예를 들어 전차에게 보병이 대승을 거두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렇게 「승패는 그때그때의 운」이라는 전장의 우연성을 없앰으로써 “적과 아군 모두 유닛의 위치가 오픈된, 완전 정보게임”화하여 거의 이론적으로 풀리는 “박보장기”로 만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전략 SLG를 「장기」화한 『패미컴 워즈』를 기반으로 삼아RPG와 융합시켜  「SRPG」 장르가 확립되는 계기 중 하나가 된 게임이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였다. 

『패미컴 워즈』에서 『파이어 엠블렘』으로~ 

 『파이어 엠블렘 암흑룡과 빛의 검』(이하 『FE』)은 닌텐도 브랜드에서는 최초의 중세 판타지 RPG“풍” 타이틀이었다【※】


 이미 『드퀘』와 『파이널판타지』 양대 시리즈가 순조롭게 히트를 치고 있었으니 굳이 「비슷해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본 연재에서는 RPG로 다루고 있으나 젤다의 전설』은 닌텐도 공식에 따르면 액션 어드벤처였다. 또한 「중세적인 세계관」은 아니다. 『MOTHER』는 RPG이긴 하지만 현대적인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 

 일부러 중세 판타지 RPG“풍”이라고 한 것은 이 게임이 전략 SLG 『패미컴 워즈』의 시스템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닛의 이동이나 전투 애니메이션의 삽입, 공격 무장을 선택할 수 있는 점이나 직접공격/간접공격의 개념도 동일하다. 
 「전사」나 「소셜 나이트」「아머 나이트」 등의 병종도 「보병」이나 「전차A(センシャA)」 등의 연장선상에 있고 「페가수스 나이트는 활 공격에 약하다」 등 유닛 간의 상성도 계승했다. 

 그러나 화면의 외관은 『드퀘』 등의 RPG와 판박이다. 산이나 평지, 바다 등의 지형이 배치되고 집이나 마을도 있다. 


 『패미컴 워즈』에서의 화면 상하 2분할이 폐지되었기 때문에 맵이 넓  게 표시되면서 하단에 있던 스테이터스나 커맨드는 버튼을 누르면 나타나는 윈도우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쯤되면 완전히 『드퀘』 그 자체다.  

 이 점도 역시 패미컴 워즈가 「장기」에 접근한 것 같이 「표준」에 접근한 시도일 것이다. 많은 유저가 친숙해 하는 시스템과 비슷하게 만드는것은 합리적이며 일부러 다른 UI를 사용하는 것은 불친절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드퀘』화 했던 이유는 『패미컴 워즈』가 지형을 헥스(육각형)이 아니라 스퀘어(사각형)로 하여 맵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전략SLG와 RPG의 융합을 통한 SRPG의 탄생 과정에서 『패미컴 워즈』는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조각 중 하나가 되었다. 

스토리성과 드라마성의 상호작용

 『FE』 최대의 시도이며 SRPG 장르 확립을 위한 첫 걸음은 「각각의 유닛을 한 명의 캐릭터로 보고 인격을 갖도록 한 것」이다. 


 각 캐릭터는 마음을 갖고 경험치를 쌓으며 파라미터를 성장시킨다. 1회용 말이 아니라 이름과 얼굴 그래픽이 부여된 고유한 존재로서 무게를 갖게 된 것이다. 

 유닛에게 인격을 갖게 한 것과 관련, 당시 개발자는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 유닛을 캐릭터화한 것은 유닛 각각에게 이야기가 실림으로


써 플레이가 단순한 작업에 그치지 않게 되고 캐릭터의 인생 등


을 전달할 수 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겁니다. 」

 

 「또한 유닛 하나하나에 캐릭터성이나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전투 하나하나에 의미를 갖도록 한다는 목표도 있었습니


다. (중략). 


아군뿐 아니라 적에게도 적의 정의가 있는 법이죠.」

 

「파이어엠블렘」의 과거와 미래. 패미컴 시절의 개발 비


화부터 최신작「파이어엠블렘 if」까지를 제작진에게 묻다– 


4Gamer.net에서)

 즉, 계속된 전투인 캠페인 전체를 통한 「스토리성」과 전투 하나하나의 「드라마성」이다.
 『FE』 시리즈에서는 「한 번 죽은 캐릭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 쉽게 강조되며 실제로 그 요소 덕분에 플레이에 독특한 긴장감이 넘쳤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근간은 전체의 「스토리성」과 전투의 「드라마성」이며 로스트(죽으면 사라진다)는 이 두가지를 강조하는 향신료에 불과했다.
 나중에 등장하는 많은 SRPG도 이 점만은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유닛 VS 유닛의 개인전에서 빚어지는 군상극

 SRPG라는 장르가 계속해서 「스토리성」을 발생시켰고 또한 RPG와는 다른 「드라마성」을 엮은 과정은 『FE』에 의해 확립된 형식이 「구조상 그러한 방향으로 완성되었다」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렇긴 하나 SRPG에서 많은 명작 스토리가 탄생된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집단전”과 “개인전”이라는 전투의 대칭성일 것이다. 
 
 『드퀘』를 비롯한 RPG에서는 일반적으로 「고정 멤버인 주인공 팀 VS. 몬스터」의 도식이 나온다. 필드상에 몬스터는 무한하게 (유한한 경우도 있지만 주인공 쪽보다는 훨씬 많다)등장하고, 적(몬스터)은 경험치를 조달하기 위해 제거되는 자원에 불과하다. 
 「수적으로 무한」한 적 진영과 「회복이나 성장이 무한」한 주인공이 “무한과 무한”으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SRPG에서는 주인공이나 적 모두 멤버가 고정되며(일정 조건 하에서  「증원」되는 경우도 있지만)대등한 조건에서 “유한과 유한”이충돌하게 된다(적 중에는 인격이 없는 몹=잡병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지휘관」 레벨에서는 양쪽의 고정 멤버 수는 동등하다). 


 또한 전투도 복수 파티제가 대다수인 RPG에 비해 SRPG에서는 유닛 VS. 유닛의 개인전이 펼쳐진다. 
 게임적으로는 「소수의 적을 둘러싸고 일제히 」 공격하기가  정석이지만 적어도 SRPG에서는 적어도 하나하나의 전투는 독립되어 있다. 
즉, 적과 아군 캐릭터 사이에 인간관계나 인연이 발생하기 쉽다. 

 모든 전투가 “개인전”이라는 것은 「모두가 주인공」과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RPG에서는 파티에서 주인공 캐릭터를 제외할 수 없다. 제외했다고 해도 「여러 명이서 집단행동」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SRPG에서는 유닛 한 명, 한 명이 생각을 갖고 각각의 인간관계나 드라마를 만드는 군상극이 펼쳐진다. 이것은 「SRPG의 구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셈이다. 

생산 개념의 폐지와 「동료」 시스템

 SRPG가 명작 스토리 양산 공장이 쉽게 될 수 있었던 제2의 요인은 「생산이라는 개념의 폐지」일 것이다. 
 유닛에 인격을 부여했다곤 하나 RPG와 동일하게 캐릭터 메이킹이나 용병을 고용하는 「루이다의 주점」과 같은 시스템이 있을 법 하지만 초대 『FE』에서는 일부러 「생산」을 없앴다. 

 그 이유로는 「패미컴 유저에게 전혀 친숙하지 않은 SPRG를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하고 싶지 않다」, 「배경을 갖지 않은 몹 캐릭터를 배제함으로써 드라마성을 강조하고 싶었다」, 「다룰 수 있는 데이터가 제한된 패미컴이므로 최소한으로 시스템을 압축하고 싶다」──등의 생각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생산」은 폐지되었고 그로부터 도출된 것은 「동료로 영입하기」였다. 


 특히 『FE』에서는 「한 번 죽은 캐릭터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개발자는 「결원의 보충」을 전제로 한 장치를 의도해야 했다.  
 따라서 스토리 중간에 재야 캐릭터 또는 적이었던 캐릭터를 「동료」로 영입하는 것은 시스템적으로 빠질 수 없게 된다. 만일 동료 스카웃이 없다면 계속 악화되는 상황에서 소모전이 펼쳐질 것이기때문이다. 

 동료 스카웃 요소는 SRPG에서의 「만남」에 게임적인 무게를 준다. 모든 이야기는 「만남과 이별」로 엮어지는데 SPRG에서는 「이기기 위해서」, 「전투 멤버를 보충하기 위해서」라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만남」이 요구되는 셈이다. 

 「동료가 될 가능성이 있는 캐릭터」는 「반드시 동료가 될」 경향이 강했던 RPG에 비해서, SRPG에서는 등장 캐릭터 전원이 「잠재적인 동료」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동료가 되지 않는 패턴이 많다.  
 동료로 영입한다는 것은 SLG로 비유하자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유닛을 생산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만일 새로운 캐릭터가 모조리 동료로 영입될 경우, 적 진영도 보강되지 않으면 게임 밸런스가 무너질 것이고, 만일 보강된다면 전체 유닛 수가 너무 많아져 게임 진행이 무거워질 것이다. 

 그래서 동료로 영입하려면 적든 많든 조건이 따른다.  「어느 캐릭터에게 말을 건다」, 「양방향으로 대화를 한다」등의 단순한 것부터 「○○를 한 후에 대화」 등 무엇과 무엇을 연결한 복합적인 플래그 세우기도 있다. 

이에 따라 캐릭터와 캐릭터가 만나고 인간관계가 발생하며 「동료로 영입하지 않은 경우」보다도 풍부한 드라마가 추가된다.  

 「동료로 영입하는 것」은 캐릭터들의 드라마가 발생하는 것뿐 아니라 플레이 방식이나 당초에는 그저 적을 물리치는 행동인 「배틀」에도 영향을 준다. 
 플레이어는 「눈 앞에 있는 적을 아무 의미 없이 쓰러뜨려선 안 된다. 혹시 동료가 될지도 모르니까」라는 생각을 전투 중에 하게 되어 전력을 다해서 싸우면 편하게 이길 맵이라도 「쓰러뜨리면 안 된다」라는 제약을 받게 되므로 클리어 난이도가 상승하게 될 것이다. 
 「실수로 쓰러뜨렸다」 등의 후회는 「동료가 생길 가능성」이 있었기에 발생하는 것이다.

 참고로 개발 스태프가 「동료」에 의한 드라마를 중시했던 의도는 캐릭터별 후일담이 나오는 엔딩을 통해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어느 한 명을 제외하고 캐릭터의 생사는 배드/굿 엔드의 분기에는 관계 없다. 
 어느 캐릭터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여정은 플레이어의 수만큼 존재하므로 그야말로 「당신만의 이야기」가 생성된다고 볼 수 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라는 최고의 비합리성

 초대 『FE』가 첫 시도한 (팀 VS. 팀이라는 구조에서 필연적이긴 하나)「적군의 유한성」은 SRPG에 또 하나의 재미를 불어넣었다. 

 「캐릭터 간의 경험치의 분배」이다. 

 대부분의 RPG에서 적은 무한히 발생하므로 시간만 투자하면 파티 전원을 공평하게 레벨업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적=경험치 리소스에 한계가 있는 SRPG에서는 어떤 캐릭터가 적을 쓰러뜨리면 다른 캐릭터의 경험치 「몫」이 줄어든다. 
 참가자의 득점과 실점의 총합(Sum)이 제로가 되는 완전한 제로섬게임이다. 

그렇다면 경험치의 분배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개성 없는 유닛만 있는 경우라면 강함이나 속도가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FE』에는 지금까지 밝힌 것 같이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경악할 만한 수준」으로 채워져 있다. 

 「약한 캐릭터인 것 같지만 일부러 육성하겠어」라는 “제약 플레이”를 누구나 경험한 적 있을 것이다. 
 『FE』는 당초에는 합리성의 결정체였던 SLG에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라는 극히 비합리적인 요소를 도입한 것이다. 

 유닛에 유일무이한 캐릭터성을 부여하고 캐릭터의 군상극이나 「동료」가 이야기에 깊이를 주고 그것이 캐릭터성을 더욱 강화시킨다. 

 그리고 캐릭터야말로 게임 인기의 일익을 담당하여 애니메이션이나 코믹과의 연결고리가 되는 IP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이렇게 캐릭터 양산 장치라고도 할 수 있는 강점은 『FE』 이후에 이어진 타사의 SRPG의 모범 사례가 되기도 했고 훗날 『FE』 시리즈도 직접적으로 풍요로운 열매를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전작에서부터 5년만의 신작으로, 등장하자마자 해외에서는 시리즈 최고의 매출을 기록한 13번째 『각성』이 그 좋은 예이다.  

캐릭터 디자인을 “요즘” 스타일로 바꾸고 「결혼 」 시스템 외에 캐릭터의 관계성을 살려 폭발적인 인기를 끈 『각성』은 종료될 뻔한 시리즈를 살리는 역할도 했다. 

 SRPG의 원류 중 하나인 『패미컴 워즈』와 『파이어엠블렘』의 흐름에 대한 분석을 겨우 마쳤으나... 이미 이야기가 너무 길어진 것 같다. 
 다음 회에서는 또 하나의 원류, 기존의 판권 캐릭터를 활용한 『슈퍼로봇대전』의 계보를 검토해보려고 한다. 잠시 기다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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