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나요? 일본시사관련

한도 가즈토시/1930년생. 도쿄대 문학부를 졸업 후 문예춘추에 입사. 전무이사를 거쳐 문필업으로 전향. 『일본의 가장 긴 하루』는 종전일을 묘사한 베스트셀러로 영화화되기도 했다.『노몬한의 여름』『쇼와사(昭和史)』『문사의 유언』 등 다수 저

「작년에 천황 폐하의 시종으로부터 『아키시노노미야 히사히토 전하에게 태평양 전쟁은 왜 일어났는지 알기쉽게 애기해 주십시오』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방은 초등학교 6학년생이었으니까요. 나이 어린 분께 단순명쾌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무리한 일입니다 라고 말이죠. 하지만 몇 번이나 부탁을 받아서, 그럼 요점만 말하겠습니다 하고 갔던 것이 8월 15일이었습니다」

아키시노노미야 히사히토 친왕은 그야말로 다음 대의 천황가를 짊어지고 있는 존재다. 그 선생 역할로 선택된 사람이 쇼와 역사 연구가이기도 한 작가 한도 가즈토시(半藤一利氏)(89)였다. 아키시노노미야 가문의 ”가정교사”가 된 날이 「종전기념일」이었던 것은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헤이세이에서 레이와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지금, 한도 씨가 그날의 일을 본지를 통해 밝혔다. 

「처음 아키시노노미야 부자와 만났을 때 말했습니다. 저는 도쿄의 서민 동네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히”와 ”시”를 잘 구분해서 발음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히사히토라는 어명은 굉장히 말하기 어렵습니다. 『시사시토』라고 말하게 되니 오늘은 전하, 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라고요. 

주어진 시간은 2시간 반이었지만 태평양 전쟁에 대해서 간략하게 1시간 얘기했습니다. 

제가 얘기한 것 중 하나는 우리 일본은 ”내륙이 빈약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북쪽의 홋카이도부터 남쪽의 오키나와까지, 긴 해안선을 갖고 있으며 해안선 길이만 보면 일본은 세계에서 6번째로 깁니다. 하지만 정 가운데를 산맥이 통과하고 있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토지는 적고, 국민은 해안에 달라붙어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해안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백 만 명의 군인이 필요합니다. 

한 마디로 일본은 전쟁이 터지면 절대로 방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원자력발전소가 해안 근처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점점 지킬 수 없게 된 것이죠. 이런 일본이 전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리얼리즘이며 지정학입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자리를 함께 한 아버지인 아키시노노미야가 어린 전하에게 『지정학(地政学)』이란 이렇게 쓰는 거란다 하고 종이에 한자로 써서 가르쳐 드렸죠」

휴식 시간이 되자 기코 비가 갖고 온 차를 마시면서 한도 씨가 「질문 있습니까?」라고 묻자 히사히토 전하는 손을 들고 「미국은 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나요?」라고 질문했다. 

「질문을 듣곤 이거 꽤 답하기 어렵겠군, 하고 생각하면서도 정중히 답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잊어버렸지만요. 

요즘에는 그 전쟁은 어느 한쪽만 나쁜 것이 아니고, 상대편(미국)도 나빴다라는 설을 활발하게 주장하곤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전쟁 상황으로 끌고가기까지 일본의 책임이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버지・아키시노노미야도 질문을 하다

히사히토 전하에게 설명을 마쳤을 때 이번엔 아버지인 아키시노노미야가 「저도 질문해도 될까요?」라며 말을 꺼냈다. 

「아키시노노미야는 제 책을 읽었다면서 통수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십시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통수권은 아주 어려운 개념입니다. 일본국헌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대일본제국헌법은 1889년에 공포되었습니다. 그런데 『군인칙유(역주: 1882년 메이지천황이 군인들에게 내린 칙서)』의 원형이 완성된 것은 1878년이었죠. 헌법보다 11년이나 앞섰습니다. 칙서에는 대일본제국육해군은 대원수인 천황 직속의 군대이다, 라고 대원수(=천황)의 지휘권을 통수권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즉, 적어도 일부 군인들은, 군대는 나중에 성립된 헌법의 범위 밖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메이지 시대부터 2차대전 이전 시대에는 천황은 천황폐하와 대원수폐하라는 두 가지의 역할을 갖고 있었고, 이것이 일본이라는 국가를 매우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통수권과 관련된 복잡한 이야기, 당시의 다양한 사례를 이해시키기 위해 결국 후반 1시간 반은 저와 아버지 아키시노노미야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래도 전하는 졸지도 않고 옆에서 듣고 있었죠」

이렇게 아키시노노미야 부자가 근현대사의 선생 역할로 한도 씨를 초대한 배경에는 한도 씨가 전쟁 체험자로서 혹독한 소년 시절을 보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도 씨는 1930년 도쿄의 서민 동네인 무코지마 (현 스미다 구)에서 태어났다. 그 이듬해에는 만주사변이 발발했고 점차 일본은 전쟁 국면으로 치닫게 되었다.  

1940년 무렵이 되자 소년 한도는 동네 상조 조직이었던 「도나리구미(隣組)」가 감시 기관으로 변모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번 전쟁은 진다」라고 그의 아버지가 말하자 신고를 당해 한도 집안은 1년 동안 3번이나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도 있어서 구제 중학에 진학했어도 저는 군인 학교에는 절대로 가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주위에서는 육군유년학교니, 소년항공병이니 하고 열을 올리고 있었죠. 그래서『너는 비국민(非国民)이다』라고 자주 비난을 받았습니다」

한도 소년의 예상과 관계 없이 전황은 악화 일로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14살이던 1945년 3월 1일. 도쿄대공습으로 서민 동네는 엄청난 화염에 휩싸였다. 

「날뛰는 소이탄 사이를 이러저리 도망치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았습니다. 공습이 끝난 후 타버린 들판 가운데에서 거기에 있던 유해를 정리했습니다. 

방공호 속이 그렇게 찜통이 될줄이야...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찜통이니 새까맣게 타버렸습니다. 엄청난 시체가 쌓였죠. 그걸 정리하니 맨 아래 있던 시체는 직접 땅에 닿아서 숯이 되었더군요. 이건 정말 가볍구나. 중학교 2학년인 제가 가볍게 들 수 있을 정도였죠. 

그렇게 유해를 옮기고 있자니 2시간 정도 후에 경방단 어른들이 『너희들 이제 그만해라. 이건 어른들이 할 일이야. 돌아가라』하고 쫓아내더군요. 돌아가라곤 했지만 사방이 타버린 들판이었지만요. 계속 유해를 처리했다면 요즘 말로 트라우마에 빠졌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런 애기는 40대 중반 이전에는 도저히 겉으로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전쟁에 대해 애기하기 시작한 것은 업무차 전쟁에 참가했던 군인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죠. 

그들은 거짓말을 곧잘 했습니다. 물론 성실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로 위장하는 사람, 자기 변명하는 사람이 매우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정말이구나 생각하고 그대로 받아들였죠. 그런데 점점 취재를 하면서 다른 증언이나 기록을 생각해 보니 이 사람이 그 때 그 전선에 있었다는 건 말도 안 된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걸 지적했더니 큰 소리를 치는 겁니다. 너 같이 전쟁을 모르는 철부지가 뭘 안다고! 하고 말이죠. 그래서 되받아쳤죠.  

『당신은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은 최전선에 가지 않고 남쪽 섬 기지에 있던 것 아니오! 그 무렵 우리는 본토 공습으로 소이탄을 억수로 맞고 죽을 고생을 했습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파고드는 사람이 공부를 해서 상당한 지식을 쌓고 접하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그 사람 본인이 말하고 있으니 틀림 없다 라는 경우는 있을 수 없어요. 누구나 자기 방어를 하고 싶어합니다. 그걸 잊어선 안 됩니다. 

저도 필사적으로 도쿄대공습에서 살아남았지만 점점 그 당시를 떠올리는 것에 익숙해졌다고나 할까요. 정신을 차리고보니 아주 냉정하고 침착한 용기 있는 소년이 화재 속에서 도망나와 사람을 도우려고 강에 떨어져서.... 와 같이 멋있는 체험담만 말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실제로는 여기저기 널린 시체를 봐도 전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정신이 마비가 되었던 거죠.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쏙 빼놓게 되는 겁니다.  단, 글로 쓸 때는 장광설을 늘어놓기 힘들죠. 최근들어 자주 『체험을 계승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듣는데 사실 이야기를 계승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한도 씨는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을 담아 이렇게 말했다. 

국제연맹을 탈퇴한 이후

일본에는 외교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 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한도 씨는 그와 동시에 전쟁의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 생각으로는 1933년 이래, 일본은 외교라는 것을 제대로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1933년 3월, 운명의 국제연맹 탈퇴부터 일본은 점점 전쟁을 향해 돌격하여 패전을 맞이했습니다. 1952년에 독립했다고 해도 그날로부터 안보조약의 산하에 들어가 자신들의 미래를 미국에 통째로 넘겼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죠. 1933년부터 외교가 없었다는 것은 이제 일본 사람 중 누구 하나 외교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북방영토 폭언을 내뱉는 의원같은 사람이 나와도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북방영토에 대해 말한다면 과거에 막부 해군을 이끌고 유신 후에 주러특명전권공사가 되었던 에노모토 다케아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조약을 맺었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넓은 쪽(가라후토=사할린)를 러시아에게 넘기다니~ 하면서 엄청난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사실은 러시아 내에서도 이 결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저렇게 그저 넓기만 한 아무것도 없는 곳을 양보받아서 어쩌겠다는 거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태평양으로 나가기 위한 발판아니냐! 지시마가 일본 영토가 된다면 러시아 함대가 태평양으로 나갈 해로가 봉쇄된다!』하고 말이죠. 

에노모토는 근시안적인 시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 땅이 장래에게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까지 예상하고 협상을 했습니다. 에노모토가 한 일이야말로 외교라고 할 수 있죠」

태평양전쟁 후 74년. 쇼와에서 헤이세이, 곡절이 있었지만 일본은 평화를 지켜왔다. 레이와는 어떨까? 

「요전에 세 달동안 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었습니다. 그 때 퀴즈를 내겠습니다 하고 다음의 사지선다 문제를 냈습니다. 

『태평양전쟁에서 일본과 전쟁을 하지 않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①미국 ②독일 ③구 소련 ④호주』

그랬더니 50명 중에서 무려 13명이 미국이라고 답하더군요. 그 다음 주에 『내 수업을 들었는데도 자네 13명은 일부러 장난치는건가?』하고 물었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그 중 한 명은 손을 들고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에선 누가 이겼나요?』

이렇게 말하니까 우스개 소리 같습니다만 이게 결코 웃을 일이 아니죠. 앞으로의 레이와 시대는 분명히 이런 세상일 겁니다」



덧글

  • 바람불어 2019/06/24 23:34 # 답글

    미국과 전쟁한 것도 누가 이겼는지도 모르는 일본인이 있다니...근데 이게 이번달 기사라는 게 더 충격. (저 양반 아내분의 할아버지가 소설가 나츠메 소세키라고 나오네요)
  • 광주사태미국책임인가 2019/06/25 00:31 # 답글

    놀라운 일이군요.
    일본인에 대해 한국인도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닌지...
    사실은 저러한데...
  • 나인테일 2019/06/25 06:16 # 답글

    일본이나 한국이나 전쟁 터지면 망하는거야 매한가지이지만 그렇다고 이웃들과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라 마냥 움츠리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게 딜레마죠.
  • 곰돌군 2019/06/25 08:46 # 답글

    그나마, 저 시대를 살고 저렇게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양반도 있고,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가문에서 저런 사람을 초청해서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칠려고
    노력이라도 하는게 어딘가 싶기도 하고..(...)
  • 無碍子 2019/06/25 11:18 # 답글

    「미국은 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나요?」
    「정중히 답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잊어버렸지만요.」

    잊어버린게 아니라 말이나 글로 옮기기 싫다는 소리 같습니다.
  • 3인칭관찰자 2019/06/25 14:41 # 답글

    한도 씨도 이제 90세가 넘으셨군요... 번역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 ㅇㅇ 2019/06/25 22:52 # 삭제 답글

    96년생 한국인인 저도 간략하게는 알고 있는데... (1차대전 독오이 2차대전 독일이...) 일본애들은 왜 모르나요?? 학교에서 세계대전에 대해 안 가르치나요...??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블랙)

63104
890
4628405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블랙)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