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일본 전통 문화의 정체를 밝힌다' - 단어가 가진 마력은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일본서적 소개


 주변에서 모두 하고 있으니까, 흐름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나도 한다――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지 않을까? 따돌림을 당한다는 것은 두려운 법이다. 조금 괴상한 유행이라도 어느새 따르곤 하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확산된 유행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풍습・행사로 정착되는 경우가 있다. 「전통」이란 말이 붙으면 설득력이 크게 높아진다. 「예부터 전해지는 것인데 끊어져서야 되겠나?」하면서 의무감까지 느끼게 만든다. 

저자는 여기서 의문을 품는다. 이러한 전통이란 정말로 옛날부터 존재했던 것일까? 도대체 「예부터」라든가 「과거로부터」란 언제부터를 말하는 것일까? 언제부터 시작된 것이면 「전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런 명확하지 않은 일본의 수많은 전통을 검증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1979년에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콘테스트」에 입상한 경력을 계기로 수많은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에 종사해온 뛰어난 방송작가다. 각본가・작가로도 활약하여 일본 역사에 대한 다수의 저작을 발표한 바 있다. 

눈에서 비늘이 떨어진다(目から鱗)에 관한 일화만 봐도 재미있지만 일본 전통과 가장 깊숙하게 관련된다고 여겨지는 연말연시나 환절기(季節の変わり目の) 행사부터 살펴보자.  

예를 들어 정월에 무병식재(無病息災) 등을 기원하기 위해 하츠모우데(初詣)에 가시는 분이 많을 것이다. 이 풍습은 오랜 옛날부터 전해진 것이라 생각되지만 사실은 메이지 중기에 탄생한 것이다. 

1872년, 도카이도선(東海道線)이 개통되면서 유서깊은 절인 가와사키 다이시(川崎大師)에 쉽게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가와사키 다이시는 에도에서 볼 때 길한 방향에 있다 하여 행락을 겸하여 참배하러 가는 사람이 급증했고 특히 1월 21일 잿날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그렇다곤 하나 길한 방향은 5년에 1번만 돌아온다. 철도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람들이 매년 방문해야 수익이 높아진다. 그래서 새해 전날부터 신사에 머물며 첫날을 맞이하는 「도시고모리(年籠り)」, 새해 처음으로 잿날에 참배하는 「하츠엔니치(初縁日)」, 사는 곳에서 볼 때 길한 방향에 있는 신사에 참배를 가는 「에호마이리(恵方詣り)」 등의 전통 행사를 합쳐서 잿날과도, 길한 방향과도 관계 없는 「하츠모우데」를 만들어 선전문구를 만든 것이다.   

정월에 대해 좀 더 파고들면 「찬합에 담긴 오세치(重箱のおせち)」도 상당히 새로운 전통이다. 오세치는 「お節」라고 쓰며 잔치 요리로 나라 시대부터 존재했으나 정월의 오세치를 찬합에 담게 된 것은 막부 말기에서 메이지 시대 기간으로 2차 대전 이후 백화점의 판매 전략을 통해 정착된 것이다. 

길한 방향이나 음식, 판매 경쟁 얘기하면 생각나는 것이 에호마키(恵方巻)이다. 에호(恵方)란 원래 음양도의 용어로, 『가게로닛키(蜻蛉日記)』(975년)에 나올 만큼 오래 된 것이지만 에호마키 자체의 역사는 20년 정도에 불과하다. 「절분에 길한 방향을 향해서 싼 초밥을 먹는」 풍습은 2차 대전 이전부터 전후에 걸쳐 오사카의 초밥・김밥 업계가 크게 선전을 하면서 간사이 일부 지역에 퍼졌었는데 세븐일레븐이 1989년에 이것을 도입하여 크게 히트를 쳤다. 그러자 다른 경쟁 편의점들도 1998년에는 「에호마키」라는 이름으로 전국적으로 전개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판매 전략이 성공하는 것 정도에 그치지 않고 전통으로 정착할 수 있다면 판매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없이 기쁠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창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풍습이 권위와 함께 전면에 등장한다면 역시 어색함을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에도 규범(江戸しぐさ)」은 그 전형적인 예이다. 

우산을 든 사람끼리 스칠 때 상대방이 젖지 않도록 서로 우산을 기울이는 「카사가시게(傘かしげ)」. 여러 사람이 함께 앉을 때 모두가 허리를 들썩해서 주먹 하나 만큼 간격을 붙여서 자리를 확보한다는 「코부시코시우카세こ(ぶし腰浮かせ)」……. 매너 정도로 파악하면 될 것인데 이것을 기록한 사료가 전혀 없는데도 「왜 에도 시대부터 전해내려오는 전통」이라고 주장할까? 

에도 규범은 1981년 요미우리 신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에도코(江戸講)」의 계승자라 주장하는 시바미츠 아키라(芝三光)가 제창한 것이다. 80년대 후반에 에도의 서민 문화를 재평가하는 흐름에 편승하여 이 도덕적 행동의 존재감은 증폭되었고 현재 NPO 법인을 중심으로 보급이 진행되고 있다. 

이 허위 현상에 대한 비판은 하라다 미노루 저 『에도 규범의 정체(江戸しぐさの正体)』(세카이샤 신서)에 자세히 나오므로 생략하기로 하고 「에도 시대로부터」라는 단어의 마력과 「매너니까」라는 미담이 갖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를 둔하게 하는 힘에는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단어를 조합하여 깊은 인상을 준 사례는 그 외에도 있다. 교토라는 유서 깊은 장소를 이용한 「헤이안 신궁(平安神宮)」이나 「사누키 우동(讃岐うどん)」, 「에치젠 대나무 인형(越前竹人形)」과 같이 옛 지역 이름을 붙인 것이 그렇다. 「헤이안 신궁」은 헤이안이 붙었으니까 헤이안 시대부터 존재했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1895년에 헤이안 천도 1100년을 기념하여 건설된 신사이다. 또한 카카와 지역에서 예부터 우동을 먹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누키 우동」이란 단어 자체는 1960년대에 탄생한 것이며 「에치젠 대나무 인형」은 미즈카미 츠토무가 1963년에 발표한 소설『에치젠 대나무 인형』에서 처음 등장한다.  

새로운 전통은 그 외에도 다양한 곳에 존재한다. 너무나도 일본스러운 야채인 배추는 1875년에 중국에서 전해진 것이며 피고 지는 모습이 일본의 미의식 그 자체를 나타낸다고 하는 벚나무・소메이요시노는 메이지 시대에 탄생되었다. 또한 일본의 국기인 스모는 400년 정도의 흥행 역사는 갖고 있으나 「국기」라 불린 것은 1909년에 국기관이 세워진 후였다(참고로 일본에는 법령상 국기로 정해진 스포츠는 없다).

이렇게 보면 일본에서 전통으로 인식되는 것은 메이지 시대 이후에 시작된 경우가 많다. 100년 가까이 이어지면 전통으로 불러도 되지 않겠느냐는 인식도 있을 것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 책은 전통 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통이 존재하기에 인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존재하기에 전통이 있는 것이다」. 

전통이니까 중요하다는 말은 이해하지만 전통이니까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 중요한 것은 단어가 갖고 있는 마력을 깨닫는 것이다.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서, 비즈니스 등 다양한 의도에 따라 전통이 형태화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매스미디어 사회 속에서 의문을 갖거나 거짓인지 여부를 판별하기 힘든 것이 지금 세상이다. 하지만 유래나 역사를 조사하면서 인간의 유머를 느낄 수 있어 의외로 재미있다. 이 책은 그 단초를 이루는 불을 밝히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 틀림 없다. 또한 제목과 책 장정은 조금 딱딱하지만 문장은 에세이 스타일의 쉬운 흐름으로 읽을 수 있으니 안심하시길. 


덧글

  • 키키 2018/02/16 14:01 # 답글

    서평 두 문단만 봐도 척 오는군요 : 이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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