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대에 동독 사람들은 어떻게 게임을 즐겼나? 게임H/W 관련



 이른바 동구권에 속했던 사회주의 국가인 동독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서구권으로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생각되곤 하지만 사실은 동독에도 게임 문화가 존재했었습니다. 오늘은 베일에 가려졌던 「공산권 하에 존재했던 동독의 게임 상황」을 해설한 동영상을 만나보시죠.

Gaming Beyond the Iron Curtain: East Germany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는 동과 서로 갈라졌고 냉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냉전 시대, 독일의 베를린에는 「베를린 장벽」이 세워져 베를린 장벽 내부가 서베를린, 벽 외부가 동베를린으로 분리된 상태였습니다. 동독의 정식 명칭은 German Democratic Republic(GDR)이며 인구는 약 1,600만 명이었습니다.


동독은 지리적으로도 서방측과 가까웠기에 아타리나 닌텐도의 화려한 게임을 목격한 독일 사람들은 미국인들이 냉전 상황 속에서도 쿠바의 시가를 구하려고 애썼던 것처럼 비디오게임을 즐기고 싶어했다고 합니다. 


1980년대, 동독 등 동구권 국가에서 비디오게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높아지는 가운데 서구권의 게임을 모방한 게임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동독에서도 독자적으로 비디오게임을 개발했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인 중에서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매우 적다고 하네요.


1949년, 미국의 주도로 COCOM(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이 발족되어 서구권에서 동구권으로 첨단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수출하는 행위가 금지되었습니다. COCOM이 제정한 수출 금지 품목 중에는 비디오게임 등 전자 기기도 포함되었고 결국 컴퓨터 기술 분야에서 동독은 서구권에 뒤쳐지게 되었습니다.


동구권에서는 자유 시장 경쟁 원리의 작동을 막는 정책이 펼쳐졌고 동독의 경우 기업이 생산하는 컴퓨터의 대수는 제한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생활필수품 물가는 낮았지만 비디오게임 등의 사치품은 생산이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국경 근처에 사는 동독 사람들은 서구권의 TV를 시청하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하면서 비디오게임과 컴퓨터 게임의 존재를 알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러한 행위는 불법이었지만요.


결과적으로 동독 사람들은 오락 거리가 넘치는 서구권을 동경하게 되었고 동독의 정책은 많은 망명자를 발생시켰습니다. 


1980년에 들어서 마침내 동독에서도 서구권의 기술을 추격해야 겠다는 위기 의식이 높아졌습니다. 


1986년, 닌텐도는 NES(Nintendo Entertainment System)를 서독에 발매했으나 동독으로의 수출은 금지되었습니다.


디스크 시스템과 카트리지 기술에 매력을 느낀 동독 사람들은 NES가 발매되길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게임을 플레이하면 서구권 국가의 프로파간다에 휘말리게 된다는 명목 때문에 당국은 발매를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동독 주민이 허가를 받고 서구권으로 여행을 가서 그곳에서 구입한 비디오게임을 갖고 돌아오는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나이가 든 사람일 수록 해외여행 허가를 받기 쉬웠기 때문에 부유층은 부모나 조부모에게 비디오게임을 사오도록 부탁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허점으로는 서독 사람이 동독에 사는 친척에게 물건을 보낼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독의 검열 당국이 매우 엄격한 판정 기준으로 게임을 몰수했기 때문에 서방 측에서 물건을 보내는 사람은 동독으로 무사히 물건을 보내기 위해서 약간의 웃돈을 내야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수단을 통해 최종적으로 약 20만대 이상의 비디오게임기가 동독으로 유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서구권의 비디오게임은 동독의 평범한 주민이 구입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쌌기 때문에 여러 주민들은 서구권 제품을 모방한 동독제 컴퓨터게임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게임의 가격조차 몇 달 분의 월급과 맞먹었다고 합니다. 


과거에 동베를린이었던 지역에는 컴퓨터 게임 뮤지엄이라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 뮤지엄에는 당시 동독에서 생산된 컴퓨터 게임이 다수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전시된 컴퓨터 게임을 통해 서구권의 게임을 모방하려 고심했던 흔적과 물자 부족을 어떻게 해서든 극복하려고 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비닐에 게임 데이터를 기록한 「비닐 카세트」가 그 좋은 사례입니다. 물자 부족과 COCOM의 기술 수출 금지라는 2가지 요소는 동독의 게임 상황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동독 출신의 게임 개발자인 안드레 바이스플로크 씨는 동독에서 태어나고 성장하여 수익을 올린, 드문 게임 프로그래머입니다.


안드레 씨는 1987년에 처음으로 게임을 제작했는데 그 당시 게임을 만든 기종은 KC 85/3이라는 동독제 8비트 컴퓨터로 KC 85/3의 마이크로칩에는 미국에서 1976년에 생산된 모델의 복제품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 컴퓨터의 처리 속도는 같은 시대에 서구권에서 사용되었던 동일 기종 속도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안드레 씨가 10대였던 1980년대 초기에는 집에 컴퓨터가 없었고 집 근처 컴퓨터 클럽에 가입하여 컴퓨터 게임을 즐겼습니다. 


10대 무렵 안드레 씨가 즐길 수 있었던 게임은 32×32픽셀의 아트워크에 흑백 화면을 가진 것으로 KC 85/3의 등장도 동독의 게임 시장에 있어서 큰 사건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KC 85/3의 가격은 저가의 자동차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일반 시민은 구입 허가를 받기 힘들었고 업무 상 필요한 사람만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안드레 씨의 부모는 자영업자였기에 KC 85/3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 설치된 KC 85/3에 TV를 연결하여 컴퓨터 게임을 즐겼다고 합니다. 


KC 85/3을 구입했을 무렵, 안드레 씨가 사는 마을에 서구권의 아케이드 게임기를 수입한 후 개조하여 동독의 동전을 넣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한 아케이드 게임 센터가 생겼습니다. 


플레이할 수 있었던 것은 「팩맨」 등 서구권에서는 한물간 오래된 아케이드 게임이었으나 안드레 씨는 한나절이나 게임을 즐기며 게임 속 동작을 머리에 새겨녛고 KC 85/3으로 재현하기 위해 시도했다고 합니다. 


안드레 씨가 만든 컴퓨터 게임은 지금도 웹브라우저 상이나 KC 시리즈 에뮬레이터를 통해 즐길 수 있습니다.


동독의 게임 프로그래머는 고가의 플로피디스크에 데이터를 기록할 수가 없었기에 카세트나 종이, 편지 등에 직접 소스 코드를 기록하고 친구와 주고받곤 했습니다. 편지 상으로 소스 코드를 교환하거나 하면서 서로 디버깅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동독의 상황은 게임 팬 입장에서는 매우 험난하긴 했지만 오리지널 아케이드 게임기인 「Poly Play」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목제 케이스에 담긴 이 게임기는 8종류의 게임 중에서 원하는 게임을 골라 플레이할 수 있는 사양을  갖췄습니다. 


Poly Play는 초기 PC 게임을 연상시키는 그래픽으로 같은 시대에 서구권에서 즐겼던 아케이드 게임과 비교하면 뒤쳐졌지만 조이스틱도 부착되어 있는 등 동독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중에서는 최신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조이스틱 속에 있는 4개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는 사양이었던 것 같습니다.


게임 내용도 동독의 공산주의적 색채가 짙게 반영되었고 폭력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에리히 호네커 정권 하에서는 집에서 몰래 게임을 제작했던 프로그래머가 검거되는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라이모 반센 씨가 만든 「레볼루션」이라는 게임의 내용은 소련이 미국을 폭격한다는 것이었는데 반센 씨가 이 게임을 출시한 직후 반센 씨의 아버지는 비밀경찰에 소환되어 아들의 게임 제작을 중단시키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합니다. 반센 씨가 이 게임을 제작했을 때의 나이는 불과 12살이었습니다. 


19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서구권 게임은 급격히 동독에 유입되었습니다.


Poly Play는 회수되어 폐기물 처리되었고 KC 시리즈는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일찌기 동독의 수영장이나 게임 센터 등에 설치되었던 Poly Play도 이제 세상에는 남아 있는 것은 불과 3대 뿐이라고 합니다.


시기적으로는 불과 몇 년간이었지만 동독에는 많은 게이머들이 생겨났고 또한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인해 동독 고유의 게임 문화는 갑작스럽게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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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ㅁㄴㅇㄹ 2018/01/16 15:31 # 삭제 답글

    중간에 "부유충"이라고 돼있는데 조크일까요 오타일까요 ㅎㅎ 잘 보고 갑니다.
  • isao 2018/01/16 19:53 #

    감사합니다. 수정 완료했습니다~
  • 포스21 2018/01/16 16:14 # 답글

    재밌는 얘기군요. 그러고 보니 독일 게임시장도 엄청크다는 얘길 들었는데... 다만 여러 규제가 엄격하다더군요.
    만약 역사가 묘하게 흘러가 동독이 연착륙하는 형태로 통일 되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 이글루스 알리미 2018/07/19 08:15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7월 19일 줌(http://zum.com) 메인의 [허브줌 테크]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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