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철학」은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인가? - 장 가브리엘 가나시아 해외시사관련


「인공지능(AI)이 인류를 초월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저서 『이제 슬슬, 인공지능의 진실을 이야기하자』에서 위협론자와 거대 인터넷 기업의 「불편한 진실」을 엮은 프랑스의 AI 철학자, 장 가브리엘 가나시아. AI뿐 아니라 모든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세상을 뒤덮고 있는 지금, 인류는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AI를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예방의학계의 귀재 이시카와 요시키 씨가 가나시아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TEXT BY YOSHIKI ISHIKAWA

장 가브리엘 가나시아|JEAN-GABRIEL GANASCIA
철학자. 파리 제6대학 컴퓨터사이언스 교수. 동 대학의 정보학 연구소에서 인지 모델과 기계학습 등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팀인 「ACASA」의 수장을 20년 이상에 걸쳐 맡고 있다. 2016년 9월부터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윤리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되었으며 최근에는 IT 회사의 윤리와 정치철학, 인문정보학 등 다양한 분야로 관심을 확장하고 있다. 

「철학자들은 인공지능(AI)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비판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철학자로서 명문 파리 제6대학에서 AI 담당 교수를 맡고 있는 장 가브리엘 가나시아 씨는 이렇게 밝힌다. 

그의 「비판」은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일까? 그의 발언은 스티븐 호킹 박사나 일론 머스크 등 과학계와 IT 기업계의 거인들에 대한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 그들은 「언젠가는AI가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나시아 교수는 최신작인  『이제 슬슬, 인공지능의 진실을 이야기하자』〈하야카와 쇼보〉를 통해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똑똑한 사람들이 특이점에 대해서 이것저것 의견을 밝히고 있지만 그러한 내용은 과연 냉정한 논의라 볼 수 있을까?」

가나시아 교수는 위에서 언급한  「냉정한 논의」에 대해 설명하면서, 무릇 과학 시대에 있어서 미래를 논할 때는 다음의 3가지 개념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1)개연성(Probability)→반드시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2)가능성(Possibility)→어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실현되리라 보장된 것도 아니다
3)신빙성(Plausibility)→많은 사람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개연성도, 가능성도 없다

우선 확실한 미래 따위는 존재하지 않음을 대전제로 놓도록 하자. 따라서 미래에 대해서 논한다면 확률에 기초하여 논의를 하게 되는데, 일어날 확률이 높은 순으로 나열하면 「개연성>가능성≫신빙성」이 된다. 즉, 「개연성」이 높은 논의야말로 냉정한 논의라 볼 수 있다. 

그럼 특이점에 관한 「똑똑한 사람들의 논의」는 도대체 어디에 해당하는 것일까? 가나시아 교수는 그러한 논의는「신빙성」 수준의 이야기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에 관한 과학자들의 논의는 많은 데이터와 여러 모델에 기초하여 개연성이 높은 미래 예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한편으로 특이점 등 정보 기술의 미래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부족한 사항이 너무나도 많아 처음부터 진지한 검토라고 볼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가나시아 교수의 사색은 여기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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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에 간행된 『이제 슬슬, 인공지능의 진실을 이야기하자』〈하야카와 쇼보〉. PHOTOGRAPH BY KAORI NISHIDA

새로운 사회의 지향점을 IT 기업에 맡겨도 되는 걸까?

젊은 시절의 가나시아 교수는 엔지니어를 꿈꾸는 청년이었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대학교에 들어가면 성실하게 공부하라」라고 명령을 듣고는 복수 전공으로 철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성실한 공부=철학」이라니 정말이지 프랑스다운 에피소드이다. 

결과적으로 「AI × 철학」이라는 독자적인 전문 영역을 개척하게 되었는데 당초에는 열광적으로 바라보았던 정보 기술의 전개에 대해서 점차 암담한 기분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터넷은 정보의 민주화라는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한편으로 IT 기업이라는 새로운 권력을 탄생시켰습니다. 그에 대해서 지우기 힘든 불쾌함을 느꼈습니다」

이른바 IT 기업에 의한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해 가나시아 교수는 점점 강하게 위화감을 느꼈다고 한다.  

「IT 기업은 민주적인 절차과 멀어지는 입장에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이것은 선거 상의 투표와는 다릅니다. 권력의 미래가  IT 기업으로 이동하면서 IT 기업이 국가보다 강한 힘을 갖게 된 현상이 이미 일어나고 있죠」

가나시아 교수가 문제시하고 있는 것은 결코 IT 기업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 시스템적으로 무엇이 올바른가?」하는 점이다.

「자신이 사는 방법을 직접 선택한다 라는 시민 사회의 기본적인 권리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 배경에는 IT 기업의 대두뿐 아니라 본질적으로 근대국가의 통치 원칙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도 작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IT계의 거인들은 메시지 툴이나 홈 스피커 등에 탑재된 AI를 통해 우리의 생활 전체를 뒤덮으려 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IT 기업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AI가 우리를 “감시”하는 범위는 향후 틀림없이 점점 넓어질 것이다. 만일 그러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철학자는 AI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또한 다가올 미래에 철학자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가나시아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우선 앞으로 100년이라는 시간축에서 생각하면 정치적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국가라는 개념 자체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변화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고전적인 개념도 점점 변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정』이란 개념은 SNS의 등장에 의해 재구축되고 있고 『통화』라는 용어도 비트코인의 탄생으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역시 이제 4개의 타이어가 달린 컴퓨터가 되려고 하고 있죠.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미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라는 논의에 철학자도 참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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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BY KAORI NISHIDA

테크놀로지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럼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면 될까?  가나시아 교수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통해 자신의 식견을 밝혔다.

「용맹함으로 이름을 떨친 갈리아 족은 늘상 하늘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현재의 특이점에 대한 논의와도 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즉, AI 위협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테크놀로지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염려하고 있는 것이죠. . 그러나 테크놀로지는 멋대로 폭주한다고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떠한 미래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선택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가나시아 교수는 반복해서 우리에게 「개연성이 높은 냉정한 논의를 하자」라는 극히 정통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게다가 AI라는 열풍이 휘몰아치는 요즘의 풍조에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정치의 대전환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거대 기업이 권력을 쥐고 국가는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권력을 감시하고 어떠한 정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까요?」

반복해서 언급하지만 가나시아 교수의 질문은 결코 단순한 IT 기업 비판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AI 시대에 적합한 사회 시스템을 생각함에 있어서 아직 언어화조차 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개념을 발명하는 철학자는 우리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존재일 것이다.  

「르네상스 이후, 철학 분야에서는 근대화에 대한 이상이 흔들렸었다」

라고 가나시아 교수는 자신의 저서 말미에서 밝히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기술자와 과학자는 근대화에 대한 욕망을 계속해서 체현했음도 말이다.  

그러나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반드시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철학자는 희망을 말하고 사람들에게 높은 이상을 선사해야 하지 않을까? 두말할 것도 없이 「희망」이란, 목표로 삼은미래에서 거꾸로 계산된, 개연성이 높은 논의를 축적하여 생겨나는 것이다. 

…이제, 가나시아 교수의 미래에 대한 통찰을 배운 지금,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제부터 생각해야 하는 「질문」을 기록하여 완성하기로 하자──우리는 어떠한 미래를 목표로 삼아야 할까?

이시카와 요시키(石川善樹)|YOSHIKI ISHIKAWA
1981년, 히로시마 현 출생. 도쿄대학 의학부 건강과학과 졸업, 하버드 대학교 공중위생대학원 수료 후, 지치의과대학에서 박사(의학) 취득. 「인간이 보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기업이나 대학과 학문 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예방 의학, 행동 과학, 계산 창조학 등. 2017년 7월 아동용 이공계 그림책 『다스』〈하쿠센샤〉를 간행. 또 근저 『사상으로써의 예방 의학』이 간행 예정.@ishikun3

덧글

  • 주원 2017/08/16 00:08 # 답글

    딱 궁금한 데서 글이 끝났어요.... ㅜㅜㅠ
  • RadarDome 2017/08/16 01:18 # 삭제 답글

    어차피 인류의 역사상 자본가/부자들/기업들이 흐름을 이끌지 않은 적은 없으니 큰 걱정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주도권을 쥔 세력이 바뀌는 시점은 자본이 신진 세력에 서주었을 때이니까요. 예를 들자면, 미국의 남북전쟁, 공업 >> 농업으로 자본이 바뀌면서 북부가 이겼다고 보여집니다. 오히려 AI를 이길 수 있는건 다른 AI뿐이니 어서 만드는게 좋겠단 생각도 저는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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