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마 히데오가 감상한 『로건』 - 메탈기어 솔리드와 로건에 등장하는 '운명'을 극복하는 방법 일본시사관련


 

 이 영화는 『X-MEN』도, 『울버린』도 아닌, 분명히 『로건』이란 제목을 가진 1편의 영화다.

 당연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1편의 영화란 하나의 이야기이며 당연히 거기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로건』은 시작과 끝을 가진 영화다.

『로건』은 21세기의 영화(특히 히어로가 등장하는 엔터테인먼트 장르 영화)를 둘러싼 상황 속에서 「1편의 영화」로 완성된 특별한 작품이다. 이러한 상황을 일부러 지적해야 할 만큼 최근의 영화계 상황은 변화했다. 

『LOGAN/ローガン』 6月1日(木) 全国ロードショー 20世紀フォックス映画配給 ©2017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21세기 스타일의 영화란 무엇인가?

「스타워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DC 확장 유니버스」, 킹콩이나 고지라가 공존하는 「몬스터버스」, 톰 크루즈의 『미라』에서 시작하는 「다크 유니버스」 등 헐리웃의 대작 시리즈는 하나같이  「끝나지 않는」 「영원히 계속되는」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21세기의 영화 시리즈는 이른바 「쉐어드 유니버스」라 불린다.

 또한 얼마 전에 『23 아이덴티티』를 제작한 M. 나이트 샤말란까지 『언브레이커블』과 『23 아이덴티티』의 속편을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두 작품을 융합시킨 하나의 속편을 제작한다고 한다. 예리한 칼날로 자른듯한 이야기의 엔딩으로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명감독 샤말란까지 유니버스화하기=끝없는 영화 엔터테인먼트에 도전하려 한다. 

 울버린 즉, “로건”이 등장하는 X-MEN 시리즈도 마블 코믹을 원작으로 하면서 독자적인 유니버스를 형성하고 있다. 2000년에 휴 잭맨이 울버린을 맡은 『X-MEN』이 발표된 이후, 2017년의 이번 작품까지 햇수로 17년, 총 9편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X-MEN 유니버스에서 불로불사의 몸을 가진 울버린은 「끝나지 않으면서 」「영원히 계속된다」고 하는 「쉐어드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직접 나타내는 상징적인 캐릭터이다. 

영화를  「섭취」할 수 있는 시대

 캐릭터가 세계(유니버스)를 영원히 루프한다. 그러한 원칙에 묶인 세계 속에서 이를 구성하는 하나의 작품(영화)은 기존 스타일의 정통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질 수 없게 된다.  결국 영화는 유니버스를 구성하는 조각으로 바뀌고, 이야기의 시작이나 끝 모두 다른 조각과 연결하기 위한 요소가 된다. 1편의 영화가 만화주간지에 연재되는 작품이나 『워킹 데드』 등 TV 시리즈의 각 화와 같은 포지션을 담당하게 된다. 이야기는 전체의 일부이고 항상 클리프행어(Cliffhanger)가 준비되어 다음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하는 역할을 맡는다. 

 즉, 1편의 영화에는 이제 명확한 시작도 끝도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영상을 둘러싼 격렬한 환경의 변화와 큰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에 연결된 휴대폰이나 태블릿으로 언제 어디서나 간단히 영상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풀 코스 디너가 아니라 영양보충제나 알약을 복용하듯이 “영화”를 섭취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야기는 단편화되고 자극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영상이 넘쳐나는 인터넷 환경에서 사람들은 영상에 중독되고 의존증에 빠진다. 

 이것이 21세기에 요구되는 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최신 형태인 것이다. 

©2017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늙음」이라는 한계, 머물 곳을 빼앗긴 영웅

  『로건』은 유니버스를 구성하는 단편이면서도 1편의 작품으로 독립적으로 분리된다는 훌륭한 업적을 성취했다. 이것이 특별하지 않다면 무엇이 특별하다 할 수 있을까?  그 덕분에 이 작품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되었다. 끝나지 않는, 끝낼 수 없는 이야기를 마무리한 것이다. 이러한 고도의 기법 덕분에 역설적으로 마블 역사 상 영원히 기억될 작품이 되었다. 

 영화 제작자들은 로건=울버린이라는 캐릭터에 놀라운 장치를 깔았다. 불로불사의 울버린에게 늙음이라는 한계를 설정한 것이다. 
영화 초반부에서 로건은 불로불사의 능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이 세상을 살 의미(세계를 구하기 위해 싸운다)도 상실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능력이 약해진 로건은 리무진 운전사로 멕시코 국경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늙어서 텔레파시 능력을 컨트롤 할 수 없게 된 프로페서 X를 돌보면서 산다. 이 세계에서는 대부분의 뮤턴트가 사멸하였기에 이들은 세계와 시대에 남겨지고 말았다. 로건도 과거와 같은 안식처는 없다. 슈퍼 히어로가 존재하는 유니버스가 박탈되고 만 것이다. 

 나는 지난 2008년에 『METAL GEAR SOLID 4 GUNS OF THE PATORIOTS』(이하 『MGS4』)에서 늙은 솔리드 스네이크를 등장시켰다. 스네이크는 게임 초반부에서 「전쟁은 변했다」라고 중얼거린다. 스네이크의 코드 네임도 올드 스네이크로 달라져 있었다.  SOLID에서 「S」와 「I」 즉, 「IS」=존재를 빼앗긴 OLD 스네이크인 셈이다. 스네이크도 로건과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머물 곳을 빼앗겼다.
존재를 빼앗긴 자가 도착할 곳, 그것은 그의 이야기의 종말이며 그가 떠날 이야기이다. 나는 『MGS4』에서 그 「마무리」를, 그리고 또한 MGS 사가가 끝나지 않는다고 하는 기법을 시도했다.



운명을 극복하는 방법

『로건』도 그와 같은 도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종말과 죽음이라는 운명의 굴레를 뒤집어쓴 인간은 그 운명에 어떻게 저항하여 승리를 취하려 할 것인가? 

『MGS2』에서는 아이를 가질 능력이 없는 솔리더스 스네이크(솔리더스뿐 아니라 클론 스네이크들은 유전 정보를 남길 수 없다)는 밈(Meme)을 이용해 다음 세대에 자신의 존재를 맡기려 한다. 『MGS3』에서는 더 보스에서 빅 보스로의 존재의 계승을 통해 죽음이라는 운명의 극복을 묘사했다. 

『로건』도 그와 동일한 사고 방식으로 운명을 극복하려 한다. 

 어느 날 로건은 로라라는 정체불명의 소녀를 캐나다 국경 근처에 있는 노스다코타까지 데려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로건은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으로 향한다. 미국에는 로건이 머물 곳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로라는 어떤 연구의 결과로 초능력을 갖게 되었다. 로라를 되찾으려는 조직의 추격을 피해 목숨을 건 싸움이 펼쳐진다. 

『로건』에서는 『MGS』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한계(운명)는 다음 세대로 바톤을 넘김으로써 극복된다(만신창이가 된 된 로건이 올드 스네이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목에 주사기를 꽂는 장면까지 나온다!)

©2017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MGS』와 『로건』, 이름을 계승하는 이야기

『MGS』 시리즈와 『로건』과의 공통점은 그 외에도 있다. 스네이크와 로건도 모두 본명을 밝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우리와 같이 고유한 이름(본명)을 가진,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갖는다. 따라서 『MGS』 시리즈에서는 여러 스네이크가 등장하고 다음 세대로 바톤을 넘길 수 있었다. 개인의 한계(운명)를 초월하여 유니버스를 존속시키고 그들의 사명을 계승하는 장치가 「스네이크」라는 이름인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코드 네임이 아니다. 

 로건=울버린도 역시 스네이크의 이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울버린은 코드 네임이지만 로건도 본명은 아니다. 전투에 임하지 않을 때는 로건이란 이름을 쓴다. 그가 잠시 일상을 보내거나 일시적으로 「인간」으로 행동할 때의 이름이 로건인 것이다. 이번 작품의 제목이 『울버린』이 아니라 『로건』인 것은 그가 다음 세대에 물려주려고 하는 바톤이, 단순히 전투에서 활용되는 장기말의 역할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이란 의미에서의 바톤임을 나타내고 있다 (『MGS2』의 라이덴이 처음에는 장기말인 졸(Pawn)로 취급되었으나 인간 잭으로서 눈을 뜬 것 과도 같다).

 로건이라는 이름은 더욱 더 많은 것을 연상시킨다.

『더 울버린』의 사운트트랙 중에 「로건스 런(Logan's Run)」이란 곡이 있다. 이것은 1976년에 개봉한 디스토피아 SF 영화의 제목이다(국내 제목은 『로건 대탈출』). 이 영화는 인구 폭발을 억제하기 위해 돔이라 불리는 도시에서 수명을 관리받는 인간들을 묘사한다. 시민들은 30세가 되면 어떤 의식을 받고 영원한 존재가 된다고 믿는다. 주인공은 로건5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그 의식에서 도망치는 자를 처형하는 「샌드맨」이라는 이름과 역할을 부여받는다. 여기서 등장하는 로건도 본명은 없다. 로건5는 이 세계에 의문을 갖고 도망치려 한다. 로건은 30세를 넘은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으나 도시 밖에서 올드맨이라 불리는 한 노인과 만난다. 도시라는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제거당했음을 파악한 로건은 외부와의 연결과 시간과의 연결을 회복한다. 『로건』에서 묘사되는 로건 일행의 도망(로건스 런)은 그야말로 X-MEN 유니버스에 나오는 외부로의 도망이기도 하며, 로건=울버린이 진정한 의미에서 영원을 획득한다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로건』에는 왜 『셰인』이 등장했나?

 끝나지 않는 유니버스 속에서는 삶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 물리적으로 영원히 계속해서 사는 모습을 묘사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죽지 않는다는것과 산다는 것은 동일하지 않다. 죽음과 종말 역시 동일하지 않다. 자신이 존재했다는 증거와 존재의 흔적을 다음 세대에 전한다. 그것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끝없는 이야기를 마무리함으로서 비로소 생과 사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로건』은 그것을 묘사하는데 성공했다. 이 작품은 911 이후 「정의」의 의미를 재정립한 『다크 나이트』와 같이 시리즈에 남을 흔적을 새겼다. 

 이번 성공은 휴 잭맨이 17년 동안 오랜 시간에 걸쳐 울버린을 계속해서 연기했기에 가능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해야지 하고 생각했어도 의도적으로는 쉽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휴 잭맨이라는 살아있는 배우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로건』에 성공을 가져온 요인은 그 외에도 있다. 그것은 17년 간에 걸쳐 쌓아온 X-MEN이라는 유니버스 그 자체의 존재다. 

©2017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앞서 말한대로 2000년에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X-MEN』을 발표했다. 어느 정도는 우연이겠지만 밀레니엄 시기, 사람들이 열광하는 시대에 신인류가 활약하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것이 유니버스의 시작이다. 이듬해 911 테러를 거쳐 2003년에 『X-MEN2』가 개봉했고 그 이후 『최후의 전쟁』(2006년), 울버린 단독 작품인 『울버린』(2009년), 매튜 본의  프리퀄로 시리즈 최고 걸작인 『퍼스트 클래스』(2011년), 『더 울버린』(2013년),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년), 『아포칼립스』(2016년)이 계속 제작되었다. 밀레니엄에 대한 기대 직후에 발생한 911 테러. 단순히 신세기에 펼쳐진 미래도, 미국의 정의도 믿을 수 없게 되면서 가치관이 흔들린 테러의 시대. 2002년의 『스파이더맨』에서 피터 파커는 자신의 능력을 고민하고 2008년에는 기존 히어로의 이미지를 크게 역전시킨 『다크나이트』가 개봉되었다. 끝없는 테러와의 싸움이 펼쳐지는 시대에 히어로들은 미래뿐 아니라 자신의 과거로 되돌아가 존재의 의의와 자신의 사명을 돌아보게 되었다. 히어로의 내면에도 회귀하는 유니버스가 발생했다.  이렇게 해서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뿐 아니라 「끝낼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로건』은 과거로 회귀할뿐 아니라 미래에 바톤을 넘긴다는 이야기를 묘사하려 했다. 이 이야기는 사실 고전적인 성장 이야기의 구조를 갖고 있다. 작중에서 명작 『셰인』이 인용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로라가 작중에서 보고 있는 영화가 『셰인』이다). 농민을 지키는 떠돌이 셰인이 로건이며 마지막 장면에서 떠나는 셰인에게 「셰인, 컴백!」하고 외치는 소년 조이가 로리인 것이다. 셰인(로건)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조이(로라)가  「컴백」이라고 외치는 메아리는 영원히 울려퍼진다. 조이의 마음 속에 셰인이 살아있고 그가 성장할 것이라는 것을 예감시키듯, 로라의 마음 속에 로건은 영원히 남게 되는 것이다.

©2017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마지막 저항과 도전

 여기서 「컴백」이란 울림은 영화라는 미디어의 마지막 저항이며 도전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게임이라는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영화적인 스토리텔링을 넘어서, 플레이어의 수만큼 이야기를 발생시킨다고 하는 스토리텔링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는」것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며, 「끝낼 수 없는」것에 속박되는 것도 아닌 「끝낼 필요가 없는」 이야기 형식은 이미 게임에서는 실현 가능하다. 나아가 게임은 영화 이상으로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다. 「끝나지 않는」「의존형」 엔터테인먼트가 게임이며 시장=유저는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영화라는 엔터테인먼트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재생(컴백)될까? 새롭게 태어날까? 혹은 게임이 개척한 「끝나지 않는」「의존형」의 영역으로 갈까? 단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휴 잭맨의) 로건은 끝났지만 X-MEN 유니버스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건이 남긴 흔적은 유니버스의 표층뿐 아니라 깊은 곳까지 새겨져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건의 흔적이 새로운 싹의 토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영원한 존재로 남는 것이다. 

『로건』은 끝나지 않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로서 끝나지 않는 무한한 우주(유니버스)를 그 속에 담고 있다.




덧글

  • 레이오트 2017/06/25 22:57 # 답글

    참고로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메탈기어 시리즈 실사영화 계획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솔리드 스네이크 역을 맡을 배우 후보를 정할 때 그 명단 제일 위에 휴 잭맨을 올렸다고 하지요.
  • 트릭스터 2017/06/26 00:48 # 답글

    너무 인상적으로 본 나머지, 자기 작품과 연결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싶군요
  • 2017/06/26 13:5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잠본이 2019/06/16 19:33 # 답글

    근데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다크 피닉스'로 엑스맨 영화가 (현재 체제에서는) 끝나버렸기 때문에 저 코멘트도 개소리가 되어버렸다는게 유머죠(...)
  • isao 2019/06/17 08:45 #

    으허허허허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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