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이단아를 통해서 본 80년대 일본 여자프로레슬링의 전성기 - 프로레스 소녀전설- 이다 마키코 일본서적 소개




 10년만에 이다 마키코(井田真木子)의 오오야 소이치 논픽션상 수상작을 다시 읽어보았다. 2001년에 44세의 젊은 나이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더 이상 신간을 볼 수 없는 이다의 작품을 본 코너에서 다룰 수 있게 된 것은 전자서적 덕분이다.  단, 솔직히 말하자면 1993년에 간행된 분슌문고판을 기초로 이 글을 쓰고 있다.  표지가 바래져서 누렇게 된 이 책 덕분에 여자 프로레슬링의 전성기였던 80년대의 열기를 상기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나가요 치구사와 라이오네스 아스카로 구성된 클래쉬 걸즈를 비롯한 인기 레슬러의 모습이 매일 TV에서 방영되었다.  오오야카 가츠미가 프로듀서를 맡고 야마다 다이치 각본을 쓴  TBS 제작 드라마 「빛나고 싶어(輝きたいの)」도 제작되었다.  모자가정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벌고 싶다  이지메를 당하지 않도록 강해지고 싶다. 이렇게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갖고 있는 소녀들이 오디션에 도전하여 링에 오르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제 와선 믿기어렵지만 평범한 소녀가 유명해지려면 아이돌이 되거나 프로레슬러가 되거나 이 둘 중의 하나다 란 말이 있을 정도였다.  10대 소녀들을 이렇게까지 열광시킨 것은 과연 무엇일까?  침체된 여자 프로레슬링의 현 상황을 보면 그 시절에는 존재했고 지금은 사라진 그 무엇인가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어진다. 
 이 책은 중국 출신의 아마다 레이분、미국인인 데브라 미셀리 그리고 유도선수 출신인 간도리 시노부 등의 「이질적인」 레슬러 3명의 성장과정부터 새로운 출발까지를 그린 논픽션이다.  여자 스모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본의 여성격투기 역사를 먼 시각에서 그리고 레슬링 붐의 공로자인 크래쉬 걸즈의 탄생부터 해산까지의 시기를 가까운 시각에서 묘사한다. 책 서두에  프로레슬링 잡지 기자로서 시합을 보러 간 저자는 오징어를 찢으며 맥주를 마시면서 야유를 날리는 중년남성관객을 10대 소녀들이 일제히 발을 구르며 꺼져라하고 외치며 몰아내는 상황과 마주한다. 그야말로 6년에 걸친 취재의 시작이었다. 
 3명의 시점을 차용함으로써 이 책은 제한된 독자에게 매니악한 정보를 신속히 전하는 전문지 기사에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과 장소를 각인하는 논픽션으로 변신한다. 
 중국의 장강 근처에서 성장한 중국잔류일본인 미귀환자 2세로서 일본을 찾은 아마다 레이분은 대화를 나눌 친구도 없었다.  자폐아와도 같은 일상을 박살낸 것은 하루종일 시청한 TV화면 저편의 여자 프로레슬링이었다. 격투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일본어를 못해도 이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하며 레이분이 일본에서 자유를 만난 순간이었다. 
 미국 이민자 아버지와 원주민 어머니를 둔 데브라 미셀리는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았다. 부모가 이혼하자 하루라도 빨리 독립하겠다고 생각하고 일하기 시작하다가 엔터테인먼트 세계에 발을 들일 발판으로 프로레슬링을 골랐다. 그러나 미국의 여자 프로레슬링은 남자 프로레슬링의 장식물에 불과했다. 어느 날 일본의 여자 프로레슬링을 비디오로 본 데브라는  깜짝 놀랐다. 「이건 완전히 스포츠잖아! 」
 전일본선수권 우승을 다투는 유도선수였던 간도리 시노부는 고도칸 산하 대학의 권유를 거절하고 무직을 선택했다.  무직이긴 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합에 출전하며 호쾌하게 승리하고 호쾌하게 졌다. 그런 간도리가 왜 프로레슬링을 시작했나를 언급하는 대화부터 이 책의 저자가 상대의 말을 얼마나 인내심 있게 또한 집요하게 질문하는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간도리도 주거지도 명확하지 않은 자신을 자택으로 불러서까지 이야기를 들으려 하는 필자를 정면에서 받아들여야겠다고 결심했을 것이다. 저자의 유도에 따라 간도리는 깊이있게 생각을 정리한다. 
 간도리는 말한다. 프로레슬링은 유도와는 별개의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스포츠다. 하지만 돈을 벌 수는 있다.  그렇다면 프로레슬링을 고른 이유는 돈 때문인가?  그러자 그건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양아치는 양아치인 상태에서 어른이 될 수 있다!  굳이 말하자면 그걸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세 사람은 수다스럽다. 아니 수다스러워졌다고 해야할까?  대화에는 익숙하지 않아도 자신을 표현하는데는 익숙하다. 저자는 선수의 내부로 파고들어가 자연스럽게 질문하며 가차없이 질문을 한다. 
 저자가 가차없는 취재자임을 느낀 것은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장면이다. 다른 단체의 시합을 보지 않는 나가요 치구사가 요란하게 데뷔한 간도리의 첫 시합을 본 저자에게 「어땠냐?」하고 물었을 때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아무래도 천재같은데요. 」
 프로레슬링 붐이 하강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나 프로레슬링 단체의 근대적 경영으로의 전환을 파악하고 미디어 기사에 민감해진 나가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없는 나가요의 담백함과 뛰어난 머리회전을 보고 저자도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대화를 해석하지도 않고 그저 던지고 있다. 절도있는 잔혹함이라고 할까?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읽는다는 점에서 인터뷰를 격투기에 비유하곤 하는데 저자도 또한 「“간보기”가 아니라 실전과도 같은 본질은 무엇인가」를 명제를 걸고 레슬러를 상대했을 것이다. 
 훗날 최고라 평가받는 간도리의 첫 시합을 둘러싼 발언도 그렇게 해서 유도되었을 것이다.  싸움 매치라고 평가받은 자키 사토와의 대결을 떠올리는 장면이다. 
「그 시합 때 결코 상대를 이기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저 상대의 마음을 꺽고 싶었죠.  뼈도, 살도 아닌 마음을 꺽으려고 마음먹었어요. 상대를 몰아세울 생각도 없었어요. 정말로 상대를 혼내줄 생각도 없었어요.
 유도를 하면서 느낀 것이 승부에 질  때라는 건 마음이 꺽였을 때란 걸 알았어요. 」
 여기서 「이질」이란 저자의 표현이다. 이질적인 존재라고 해도 격투를 통해서 심신의 강인함을 익힌 그녀들을 저자는 사랑했다. 「누구와도 닮지 않았고 그 결과 누군가에게 수용되지 못하고 자기자신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여러가지 문화를 아는 인간이 갖출 수 있는 강함 때문」등의 말에서 그 후의 이다가 발표한 작품을 커버하는 면이 있다.  
 중국잔류 일본인의 2개의 조국을 둘러싼 생각은 『샤오롄의 연인』으로, 마이너리티이면서도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나아가려는 젊은이의 모습은 『동성애자들』(『또 하나의 청춘』으로 개제)로, 가족에게 학대받은 삶은 『14살』이란 작품으로 등장했다. 이질적으로 간주된 삶의 고통을 안은 사람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자신의 눈이 그들의 눈이 될 정도로 그들의 인생에 깊게 관여하려 했던 이다 마키코.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는가에 대해서 그 분명한 이유를 계속 물었던 작가다.  아마 저자 마음 속에 많은 것을 주었고 또 많은 것을 앗아가는 작업이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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