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왜 「모에(萌え)」를 필요로 하는가? 오타쿠 컬처와 승인 간의 깊은 관계 일본시사관련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 처럼 서둘러 답장메일을 보내는 사람」, 「모처럼 일류기업에 입사했건만 사표를 내고 소득을 줄여서라도 자기다움을 찾을 수 있는 직장을 찾는 사람」…… 얼핏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젊은이들의 행동들...  이러한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다보면 그들이 갖고있는 「인정받고 싶다」라는 생각과 마주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대를 사는 젊은이를 괴롭히는 최대의 문제는 경제적 불안이 아니라 「인정받지 못한다」라는 불안감이다. 

한편으로 젊은 층 이외의 세대도 포함하여 일본에 만연된 폐쇄감의 정체를 찾는 의미에서도 「승인」, 나아가 「승인격차」는 거대한 담론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연재에서는 경제적인 격차보다 심각할 수도 있는 「“인정받지 못한다”라는 주제의 격차」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 한다. 

 지난 기사인 『사람들은 왜 아이돌의 CD를 100장이나 구매하는 걸까』에서는 사람들이 아이돌을 응원하는 이유에 접근하기 위해서 아이돌 팬과 인터뷰를 했는데 저자의 트위터 계정 등을 통해 실로 다양한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12월 17일 현재 트위터에서의 언급 수가 839번이었다). 호의적인 의견, 공감했다는 의견도 많았으나 그 중에는 비판적인 의견도 있었다. 내용적으로 비판적인 의견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사전에 예상은 했으나 호의적인 의견도 눈에 띄었던 점이 의외였다. 

 특히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제목만 보고 본문을 읽지 않은 사람이 보낸 의견도 많았지만 이전 기사에 대해서는  호의적・비판적에 상관없이 본문을 찬찬히 읽은 후 보낸 의견이 많아서 이번 주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필자의 지인이며 만화 리뷰사이트 「네루야(nelja)」의 편집장인 고바야시 아키라(小林聖) 씨로부터 아이돌과 승인의 관계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의견을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돌이나 만화를 포함한 소위 아키바계・오타쿠계 컬처가 현대사회에서 왜 필요시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고바야시 씨와 얘기를 나눠본다. 

아이돌 팬은 “합법적인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것!?
애정을 퍼부으면서도 승인을 받는다는 것의 어려움

고바야시 아키라
1981년생. 라이터. 만화 전문 사이트인 「네루야」 편집장. 연간 약 1000권의 만화 단행본을 구입. 잡지 「사이조」 등에서 기사를 집필하고 있으며 「다 빈치 전자 내비」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만화 서적을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고바야시 씨는 만화 리뷰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선데이」,「코믹나타리」등의 미디어에서 라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컬처 전반에 대한 전문가이신데 이전 기사를 읽고 여러가지 생각이 드셨다고요. 

 그렇습니다. 우선 아이돌과 관련을 맺는 방법을 논함에 있어서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고 보므로 이전 기사 는 확실히 발로 뛰며 작성된 좋은 기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단, 「아이돌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 더 보충하는 편이 좋았을 거라고 봅니다. 

우선 아이돌 팬들은 아이돌에 대해서 아낌없이 애정을 퍼붓죠. 이것은 일방통행적인 애정이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뤄지지 않는 짝사랑같은 애정이죠.  하지만 이러한 짝사랑을 예를 들어 아이돌 이외의, 주변에 친근한 보통의 여성에게 향한다면 그러한 행위는 「스토킹」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성입장에서는 그러한  「애정」은 공포스러운 것이기도 하니까요. 

――이번 연재에서도 법 개정으로 인해「물리적인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끈질기게 메일을 보내도 스토커 행위이다」라고 인정받는 부분이 언급되었습니다. 이번 법 개정은 스토커 박멸을 위해서는 환영해야 할 것이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개인이 갖고 있는 일방적인 애정을 어떻게 발산할 것이냐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고 봅니다만...  

 애정에 관한 승인욕구하면 대개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라는 것을 떠올리지만 그 반면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라는 것도 인간에게 있어서 중요한 감정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극단적인 사랑을 퍼붓기란 현대사회에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사귀고 있는 사람끼리도 한쪽의 애정이 극단적으로 깊어지면 「답답하다」고 생각되기 마련이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애정이란 아름다운 것이라고들 합니다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폭력적이며 자기중심적인 것입니다. 아이돌이란 존재는 그러한 「개인이 갖고 있는 애정이 발산할 수 있는 방향」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므로 인기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듣고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는 욕구를 해방하기란 현대사회에서는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이돌이 애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장소로서 잘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돌은 알기쉬운 예죠. 그 밖에도 소위「모에(萌え)」를 매개체로 하는 오타쿠계 엔터테인먼트・컬처는 모두 방금 꺼낸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정이란 본래 「아무 대가없이 주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보상을 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에게 보낸 메일에 대한 답장을 기대하는 것과 같죠. 그러니까 메일을 많이 보내는 행위는 상대에게「답답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오타쿠적인 세계의 「모에」는 확실히 대상에 대한 애정을 품고는 있지만 누군가에 대해서 「모에하다~」가 느끼는 것은 그 감정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포인트라고 봅니다. 「모에(萌え)」는「좋아하는 감정」을 포함하고 있다고 봅니다만 일방통행이어도 좋고 보상도 기대하지 않는 간편한 것입니다. 

――저는 「모에」에 대해서 희미하게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만 지금 듣고보니「모에」란 의미를 잘 이해하겠군요.  그런데 일방통행적인 「모에」라는 것은 21세기에 들어와서 보급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이돌은 적어도 「모에」가 등장하기보다 이전인 1980년대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돌에 대한 애정이 80년대와는 변질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변한 것은 아닙니다. 옛날 아이돌은 요즘 아이돌보다도 더 지나친 기대를 받고 있었죠. 

――환상이란 의미에서는 80년대의 아이돌은 그야말로 환상 속의 존재였죠.   「화장실도 안 갈 것 같다」하는 이미지. 지금 생각하면 80년 당시의 생각이 황당했습니다만..... (웃음).

 지금도 아이돌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는 연애금지 원칙이 적용되고 있지만 어느 정도는「연애하고 있지 않는 척이라도 좋다」라는 지점까지는 팬들이 물러섰다고 봅니다.  한편 80년대와 AKB48같은 요즘 아이돌의 중간에 있는 모닝구 무스메의 전성기에는 아이돌 본인의 연애는 금기시되었지만 연애의 대상이 아닌 차원에서 응원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돌이란 단어의 의미는 변질되었다는 생각은 듭니다. 

 CD를 100장 구입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 보면「불쾌하다」고 생각되는 스토킹 행위에 가까운 것이지만 아이돌이란 세계 속에서는 그것이 허용되고 오히려 환영받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느냐하고도 생각하지만 CD를 100장 구입하는 팬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돌 팬은 아니지만 그런 아이돌 팬이 부럽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피규어를 구입하는 오타쿠의 기분이나 더 넓게 얘기하자면 자신이 빠져있는 레어한 물건을 비싼 돈을 내고 구입하는 행위 전부가 이와 같은 행위가 아닐까요. 소비라는 형태로 애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종류의 쾌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애정은 깨어나면 멋대로 그만둬도 되는 자유분방한 점도 사람들이 아이돌에 빠져있는 이유가 아닐까요. 부부 간, 연인 간에서  「지겨우니까 이제  사랑 안 해」라고 한다면 그건 큰 문제겠죠. 

올해 유행한 것들의 공통점은 「뻔하다는 것」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줄었다는 것의 반증인가?

――화제를 조금 바꿔서 올해 마지막 연재이므로 올해의 화제를 둘러보도록 하죠. 올해의 유행어 대상에는 『아마짱』의 「제제제」나 『한자와 나오키』의 「바이가에시(倍返し)」등 드라마가 큰 붐을 이뤘습니다. 

 아마짱은 아까 등장한 아이돌의 경우에 가깝다고 봅니다만 아마짱의 출연자를 AKB48의 멤버같이 드라마 내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 중에서 누구를 밀까 하는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또 『아마짱』이 끝난 후 드라마에 빠졌던 사람이 무기력해진다는 의미의 「아마로스(あまロス)」란 단어도 있는데 이것은 아이돌 그룹이 해산된 후의 분위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연말에 화제가 된 드라마하면 『한자와 나오키』겠죠. 이 드라마는 승인받고 싶다는 심리와 깊은 연결고리를 갖는 이야기였다고 봅니다만. 

 한자와가 「증오하는 상사」에게 복수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고전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뻔한 스토리죠. 한편으로 한자와가 재미있었다고 생각한 부분은 무엇이 정의인가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 한자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자와 나오키는 복수를 하지만 부인인 우에토 아야가 「그런 일까지 해도 되는거야?」하고 말하자자마 부인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이 지금까지의 권선징악 드라마와 다른 부분입니다. 

 드라마의 시청자는 한자와가 상사에게 복수한다는 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봅니다만 한편으로 한자와 나오키가 출세하는 보고 싶었나 하면 그건 또 아니라고 봅니다.  

――한자와 나오키는 결국 최종회에서는 좌천당하고 말죠. 

 그러니까 얼핏 고전적인 이야기로 보이긴 하지만 참 신기한 드라마입니다. 

――이렇게 보면 올해 유행한 것에도 어떠한 공통점이 있는 것 같군요.  유행어 대상으로는  「지금이죠!(今でしょ!)」와 「극진한 대접(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이군요. 

 「지금이죠!」는 취미취향이 세분화되어 클래스터화,협소화되면서 취미를 공유할 수 없는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공유할 수 있는 덤덤한 프레이즈였기에 먹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자와 나오키」도 사실은 뻔한 소재로 사람을 휘감을 수 있는 이야기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얼핏 복잡하게 보이는 「아마짱」도 「재해」라는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주제가 있었기에 먹힌 면도 있죠. 

――확실히 「오모테나시」도 올림픽이란 뻔한 화두가 있었기에 먹혔다고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올해 유행한 것은 모두 세분화된 컬처 속에서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아주 뻔한 주제가 재등장한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그렇습니다. 

――올해 화제가 된 인물로는 야마모토 타로(역주: 배우, 원전반대 운동을 펼치다가 인기를 끌어 현재 참의원으로 당선되었다)가 있죠. 이것도 「원전」이라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적과 싸움으로써 인기를 얻었습니다. 야마모토 타로란 존재는 승인이라는 주제 하에서 이야기할만한 존재죠.  

 누구나 간편하고 쉽게 적을 때려눕히고 싶다는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야마모토 타로가 그러한 역할을 짊어졌다는 면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일 수도 있죠. 

――지금 얘기하다 생각났는데 야마모토 타로와 한자와 나오키는 아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야마모토 타로입장에서의 '원전'은 한자와 나오키 입장에서는 '오오와다 상무'였죠. 그래서 야마모토 타로를 지지하는 사람도 설마 야마모토 타로가 의원이 될 것이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죠. 거기까지의 출세는 바라지도 않았고 불가능한 일이었니까요. 그래서 재미있어 하는 겁니다. 이러한 점도 한자와 나오키와 닮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단, 정치라는 무대에 서있으니 힘들겠구나 하는 느낌은 들긴하지만요. 


 오늘은 아이돌부터 모에에 대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올해 유행한 대상이나 인물에 대해서 애기를 나눠봤습니다. 내년에는 승인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탐구할까 합니다. 



덧글

  • 다래 2013/12/28 10:36 # 답글

    흥미로운 기사네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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