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는 딸이 있다보니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공주를 중심으로 조립된 비지니스복합체에 그야말로 원시적으로 반응을 하게 된다. .
5살짜리 딸이 자스민의 의상을 사는 광경을 보면 두드러기가 날 지경이다. 배꼽티 정도는 아니지만 5살 딸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자신의 몸과 어떻게 교류할지에 영향을 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가장 큰 불만의 원인은 이야기 그 자체의 수준에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소녀들에게 주입하는 가치관 말이다.
나는 그러한 점에서 내가 가진 기크한 본능에 따라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알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처음에 본 작품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었고 그 이후,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에 이끌려왔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은 딸에게 접근 중인 '공주병'에 필요한 백신이라 느낀다.
다음과 같이 내 딸들에게 디즈니의 공주물이 아니라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을 롤모델로 삼아줬으면 하는 이유를 정리해 보았다.
1.'원형' vs '개성'
디즈니 공주가 아이를 대상으로 한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툴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젠더를 아주 단순화시키고 어린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도식으로 처리하는 점이다. 공주같은 드레스를 입으면 여자고 칼을 들었으면 남자다. 이러한 스테레오타입은 남녀의 차이와 그 영향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3살에서 6살짜리 아이들에게 아주 큰 영향을 준다.
이렇게 지나치게 단순화된 젠더 개념은 소녀들에게 공주상품을 파는데는 효과적이지만 그 공주가 어떠한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검토해 간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디즈니작품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소위 '비탄에 빠진 소녀' 모델에 의지하고 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나 '백설공주'、'신데렐라' 등의 이야기의 여주인공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행동을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여주인공은 자기자신의 드라마 속에서 주체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저 요리나 세탁, 청소를 하며 미모로 왕자를 사로잡을 뿐이다。그리고 여주인공에 사로잡힌 왕자가 여주인공이 수동적으로 몸을 맡기고 있는 역경에서 그녀를 구출해 낸다.
하지만 새로운 스타일의 디즈니작품에서는 적어도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성도 주체가 되기도 하며 종종 여주인공은 왕자를 구하기 위해 행동한다. 그러나 공주의 행동은 오로지 왕자와의 관계를 위해서 펼쳐질 뿐이다.
이에 비해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훨씬 복잡한 개성을 갖고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의 치히로。
미야자키 작품의 여주인공들은 남성과의 관계 이외에도 자신이란 요소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10살짜리 치히로가 부모를 돕기 위해서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린다. 스토리 구성에 포함되는 로맨스는 본주제에서 제외되어 있고 치히로의 생활의 중심이 아니라 부모를 돕는다는 사명의 사이드스토리에 머문다. 이러한 특징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등 미야자키 작품의 대다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나는 로맨스를 반대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맘에 든 미야자키 작품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귀를 기울이면' 두작품이다. (후자는 미야자키씨가 각본을 담당했으나 감독은 맡지 않았다) 둘다 완전히 공식에 따른 전형적인 로맨스물이지만, 두 작품의 여주이공인 소피와 시즈쿠는 둘 다 이성과의 관계외에도 관심사나 자신의 생활, 개성을 갖고 있다.
내가 신경쓰이는 것은 로맨스 자체가 아니라 디즈니영화가 그리는 로맨스의 방식이다.어디가 싫은지 포인트를 몰랐던 나는 이 점을 확실히 하고 싶어서 딸들과 얘기해 보았다.
2.'성적인 매력'vs '관계성'

'미녀와 야수'
딸들과 얘기한 후, 나는 디즈니영화의 로맨스를 이렇게 정의하는데 이르렀다. 옛날의 디즈니 공주나새로운 스타일의 공주 모두 남성을 사로잡고, 그 남성이 반드시 내 아내로 취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할만큼의 미모와 매력을 갖추고 있다. 공주가 등장하는 어떤 디즈니 영화에서도 로맨스는 '인력의 법칙' 더 솔직히 말해서 성적관심에 기초하고 있다.
아버지인 내가 더욱 불만인 것은 디즈니 공주의 성적매력이 주변의 남성을 바꿀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미녀와 야수나 '알라딘', '라푼첼' 등의 영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 디즈니옛날이야기들은 성욕에 치달은 결과, 남성이 '좋은 사람'이 되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에 비해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은 성적매력이 한몫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러한 매력은 남녀관계의 한가지 요소에 불과하다. 대략적으로 로맨스 작품의 주연간의 관계는 단순한 신체적매력뿐만이 아니라 힘이 작용하여 구축되는 경우가 많고, 그 관계에는 항상 우정의 요소가 존재한다.
미야자키 애니메이션 속에는 영화 속의 로맨스에는 신체적인 매력이 전혀 작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는 로맨틱하단 특징이 있다. 이렇게 '확대된 로맨스의 정의'는 미야자키작품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미국의 전통적인 로맨스의 관점으로 보자면 '벼랑 위의 포뇨' 는 조금은 불쾌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스토리는 미야자키 버전의 '인어공주'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표뇨는 바다의 여신인 어머니에 의해 소녀의 모습으로 변화되고 주인공 소년과 그 가족과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그전에 소년은 포뇨의 어머니로부터 포뇨를 잘 돌봐주고 소중하게 대해달라고 강하게 약속한다. 결혼 서약과 조금 비슷한 종류의 선약이지만, 이 상황에 성적매력은 존재하지 않고 성실, 헌신, 우정,로맨스로 채색된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그야말로 내 5살자리딸과 하루 종일 결혼놀이를 해줬으면 하는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물론 나는 내 딸들이 섹스를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성인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에서는 성적매력이 관계성의 대체물이 되지 않고 누군가를 바꾸기 위한 수단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이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의 로맨스를 디즈니 애니메이션보다도 훨씬 멋지게 해준다.
3.'신뢰할 수 없는 부모' vs 무기력한 가족'
거의 모든 디즈니 공주영화에서 부모란 존재하지 않거나 어떠한 문제의 원인이 되곤 한다. 억압하는 아버지나 사악한 계모 등, 디즈니 공주 입장에서 '나쁜 부모'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늘상 여주인공을 속박하는 이러한 인물에 반기를 드는 것이 젊은 공주입장에서 자유를 의미하는 올바른 답이 됨을 안다. 이는 유감스러운 일이다.
아이들의 반항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른이 되는 프로세스로써 건강한 측면이존재한다. 난 그저 성장하는 딸이나 여성의 변화에 부모가 항상 저항하고 있는 것 처럼 묘사되고 있다는 것을 참을 수 없다.
내게는 12살짜리 딸도 있다. 그녀와 최근, 반항에 대해서 얘기해 봤다. 반항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반항의 과정에서 개성이나 미래를 박살내지 않을까에 대해서 얘기했다. '네 인생이야. 아빠를 거품물게 만들겠다고 발버둥쳐봤자 마지막에 상처입는 것은 네 자신일뿐이야' 라고도 말했다.
딸에게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반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게끔 촉구한다. 그리고 아버지를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적이 아니라 아군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내가 딸이 독립한 어른이 되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본디 난 내 딸이 그러한 어른이 되길 바라면서 딸을 키우고 있다.
미야자키 작품에도 나름대로 신뢰할 수 없는 가족이 등장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은 무기력한 전가족의 예이다. 또한 치히로의 부모가 현명하지 못함은 확실하다. 영화 처음에서 치히로 부모는 자기중심적으로 탐욕스럽게 행동한다. 치히로의 인간으로서의 자질과 위기에서 직면하는 힘이 부모의 결점과 대조적으로 묘사는데 이렇게 무기력에 빠진 가족은 미야자키 작품에서는 예외적이다.
미야자키 작품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부모가 등장하든 등장하지 않든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벼랑 위의 포뇨', '이웃의 토토로', '귀를 기울이면' '마녀배달부 키키' '천공의 성 라퓨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홍돈' 등이 그렇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존중하고 부모에게 감사하면서 성장했으면 한다면 디즈니 영화보다도 미야자키의 작품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론
내 5살짜리 딸이 소꿉장난을 한다면 디즈니 영화인 '라푼첼'보다도 '마녀배달부 키키'를 모델로 삼았으면 한다. 디즈니 비지니스복합체가 미야자키 감독이란 뛰어난 스토리텔러로 교체되어 미국의 아이들에게 더욱 뛰어난 이야기와 롤모델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멋진 일일 것이다.
TEXT BY ERIK WECKS
IMAGES BY DISNEY AND STUDIO GHIBLI
TRANSLATION BY ガリレオ -矢倉美登里/合原弘子
덧글
그러기엔 할배가 너무 늙어버렸어.... T_T
디즈니나 미야자키는 나이가 더 들어야 재밌죠.
디즈니나 미야자키는 영화나 비디오, DVD등으로 나오는 것이니
볼수있는 기회가 다르죠.
게다가 글쓴이는 현직 5살아이를 가진 부모인데
비로긴님은 아이있으신가요? 있으신다면야.. 뭐..
5살자리 몇몇 모셔두고 뽀로로 보여주고 미야자키 보여주고 투표
미야자키는 솔직히 어른을 위한 동화죠.
것도 위에 언급된 뽀뇨나 토토로 빼면 죄다 이념이 강한 스토리고
아이언맨에도 환장함요 ㅎㄷㄷ
저도 어머니의 영향으로 디즈니 보다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만화 영화를 훨씬 더 많이 보았지요.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깊은 생각으로 유도하는 구조도 참 인상 깊었고요.
하지만 아이들이 보기에는 지브리는 약간 디즈니보단 어렵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군요. 확실히 지브리 쪽이 디즈니 보다는 동양 쪽의 복잡한 생각과 맞다는 인상이 있지만 오히려 복잡하기에 그리고 아직 확실한 개념관이 없기에 아이들에게 있어서 단순한 디즈니 보다는 접근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미혼인 남성입니다만, 저의 딸 그리고 아들들에게는 디즈니보다는 지브리 스투디오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스튜디오를 놓고 작품작품 비교하는것에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미야자키 작품들은 대부분 자연과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면 디즈니 클래식은 원작 동화를 바탕으로 한 말그대로 동화속 사랑 (fairy tale)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요. 최근에 나오는 디즈니 작품들의 공주들은 과거보다 점점 더 강한 성격을 갖추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맘에 안든답니다. "뭐랄까 미래의 여성상은 이런것이니 너도 이래야한다!" 라고 강요하는것 같아서요.
뭐 이것저것 떠나서 미야자키 작품은 초등학생이 이해하기에는 좀 난해하지 않을까 싶네요. 게다가 실제로 스스로의 경험을 놓고 생각하자면, 6살짜리 여자애가 디즈니 클래식을 보며, 부모한테 반항하는게 옳은 처신 방법! 이라고 교육될거라고 보긴 힘드네요. 감상이라고 해봐야 잘해야 "공주님 이쁘다" 였었지요 -_-;;
어차피 여자아이가 공주를 꿈꾸는 나이도 평생가는거 아니니까요, 오히려 저한테 딸이 있다면 어린나이에는 꿈과 환상을 즐기며 그 나이 다운 귀여운 모습으로 자라나주었으면 합니다. 어차피 막지 않아도, 좀 더 나이가 들어 더 많은 문화를 접하고 스스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창조해 나갈테니까요.
디즈니는 어른이 된 후에 보면 더 즐기기 좋다는데 동의합니다. :)
안습인건 두 스튜디오 다 어째 예전만 못하지요...;
개인적으로 디즈니는 공주 시리즈가 아닌 작품들을 더 좋아하고 이쪽으로도 수준급의 작품들이 다수 있던데 사람들은 디즈니 하면 공주 이야기부터 떠올리더군요.
디즈니 극장 작품 중 여성이 가장 주체적이었던 경우는 자기 레스토랑을 차리려고 억척스럽게 노력하는 여주인공이 나오는 공주와 개구리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상업적으로는 망해서, 물론 작품 자체의 템포 조절 문제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디즈니에 바라는 건/디즈니가 잘 하는 건 말씀하신 가부장적인 공주 판타지인 것 같기도 하고^^;; 한편 디즈니 TV 시리즈인 킴 파시블도 좋은 캐릭터고, 픽사도 일단 디즈니 산하니 인크레디블도 디즈니로 치자면 엄마 캐릭터가 매우 긍정적인 여성/부모캐릭터이긴 합니다. (아버니는 꿈을 꾸고 사고를 치는 역할이고, 어머니는 현실적이고 그 뒷수습을 하며 가족을 포용한다는 미국의 전형적인 성차별적 부부 구도가 있기는 하지만요^^;)
디즈니 외의 미국 아동작품 중에서 탐험가 도라, 아바타-아앙의 전설, 아바타-코라의 전설, 내 친구 아서(남녀 캐릭터 타입이 다양하고 각 성격의 장단점이 드러나서 전반적으로 좋은 의미로 균형이 잡힌 애니입니다)가 따님이 보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헝거게임>이 미국에서 인기 많았던 이유 중 하나가 여자아이와 청소년을 위한 메이저한 긍정적인 여성 롤모델/여성주인공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공급은 드물어서 그런 것도 크더군요OTL
디즈니의 여주인공은 의존적이고 자기관점이 없지만 지브리는 뭔가 다르죠
그리고 섹스어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디즈니는 명확하게 보이는 반면 지브리에게 섹스어필이란 없다고 말하는게 정상이죠
여튼 지브리와 디즈니를 이렇게 놓고보면 또 그렇네요
하지만 어떤사람이 부디 지브리와 디즈니를 가지고 비교해서 병림픽이 열리는건.... 없었으면 합니다
평소에 조금씩 생각해 왔던 내용들인데, 이렇게 딸을 둔 아빠의 관점에서 간결하고 명확하게 글을 쓴 것을 읽으니 생각이 더욱 정리가 되는 느낌이에요.
양자를 좀 더 심층적으로 수십번은 돌려보고 비교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집니다.
아이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노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모가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동영상을 보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체험한다고 하니까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도 요새는 어릴 때 보던 톰과 제리, 루니툰스보다는 더 교육적이고 즐거운 애니메이션이 많은 것 같아 다행이네요.
미야자키는 애들 손잡고 영화 보러 간 학부모를 타겟팅 했다.
이 글 보고 느껴지는건 이거군요.
항상 그런 느낌으로 보곤 하는데 . 그래서 더 비교해서 보게 되는 것같아요 .